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절대 무리하지 마시오! 

 

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스무사흗날 

 

24절기 중 스무 번째 소설(小雪)이 어제였다. 

첫눈이 내린다는 시기라는 의미이지만 올해는 

여느해와는 달리 이 산골에도 아직까지 첫눈은 

내리지않았다. 솔직히 말해 눈을 기다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점점 계절이 제계절답지않은 

것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이 촌부는 지난 세월 

너무나 눈이 많이 내리는 산골의 겨울이 싫었다. 

하지만 점점 춥지않은 겨울, 그렇게 자주 많이 

내리던 눈도 예전보다는 현저히 줄어들어 좋긴 

하다. 그저 적당히 춥고 눈도 이따금씩 조금씩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아침은 꽤 춥다. 

영하 7도, 추위는 별로 걱정없다. 땔감나무가 

넉넉하니까! 

 

어제 일을 나간 식물원은 황량하기가 그지 없고 

잎파리가 다 떨어진 나뭇가지 앙상함은 쓸쓸한 

느낌이었다. 꽃대 잘라놓은 꽃창포, 벌개미취밭 

모습은 훵한 벌판처럼 보인다. 문득 드는 생각, 

좋은 시절 다 갔구나!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에 

잡초를 뽑아주느라 뜨거운 여름날까지 그 일을 

했었고 대신 가을날까지는 피고지는 온갖 꽃을 

감상하는 호사로 그 수고로움의 보답을 받았다. 

이제는 단풍이 지고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담아 

퇴비장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짬짬이 

식물원의 늦가을이자 초겨울의 정취를 맛보며 

느끼는 좋은 시간을 갖게 된다. 초봄에 시작한 

일은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시작과 함께 

끝이 날 모양이다. 적성에 맞고 취미와 제대로 

일치하여 참 좋았는데... 내년에도 그냥 이대로 

이곳 식물원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일나갔다가 들어와 아내가 끓어준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너무 기막히는 맛이라고 하면  

남들은 믿을까? 믿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하여튼 팔불출 촌부는 아내의 정성스런 음식을 

배불리 배터지게 잘 먹는 호사를 누리고 산다. 

식사를 마치고 학교에 가는 도중 자동차안에서 

아내가 촌부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아내 曰,  

"이번 나무작업은 절대 무리하지 마시오! 특히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은 일할 생각일랑 절대 

 금지야! 혹시라도 탈이 나거나 다치면 모처럼 

 서울나들이에 차질이 생기니까 하는 말이야! 

 알았지?"라고...  아내의 그 말이 정말로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다. 남편을 생각해주는 마음... 

 

오늘 저녁 서울에서 있는 삼오회 모임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혼자 다녀오란다. 부부동반으로 

모이는 모임이지만 모처럼 먹빵인 삼식이에게 

벗어나 혼자 자유로운 1박 2일의 자유를 실컷 

만끽하고 싶단다. 삼시세끼 밥을 해먹이느라 

힘들었나 싶어 그러라고 했다.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혼자 솥뚜껑 운전수에서 벗어나 맘껏  

자유를 느껴보라면서... 전날 밭가와 시냇가에 

나무를 잔뜩 베어 일을 크게 벌려놓긴 했으나 

아내의 간곡한 당부가 있어 아무일도 하지않고 

푹 쉬었다. 서울 다녀와서 작업을 해야겠다.

 

20241123-1.jpg

 

20241123-2.jpg

 

20241123-3.jpg

 

20241123-4.jpg

 

20241123-5.jpg

 

20241123-6.jpg

 

20241123-7.jpg

 

20241123-8.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 촌부의 단상-절대 무리하지 마시오! file 2024.11.23
4094 촌부의 단상-또다시 나무작업 시작 file 2024.11.22
4093 촌부의 단상-이서화 시인 시집 '누가 시켜서 피는 꽃' file 2024.11.21
4092 촌부의 단상-젊은 날의 캐리커처 file 2024.11.20
4091 촌부의 단상-산골 사는 맛이 이런겨! file 2024.11.19
4090 촌부의 단상-짧았지만 마음에 남는 울산 여행 file 2024.11.18
4089 촌부의 단상-결혼식인가, 동창회인가? file 2024.11.17
4088 촌부의 단상-거꾸로 가는 계절인가? file 2024.11.16
4087 촌부의 단상-산골살이는 어느 정도 만능이어야... file 2024.11.15
4086 촌부의 단상-시냇가 정비작업 file 2024.11.14
4085 촌부의 단상-일없이 빈둥거린 날에... file 2024.11.13
4084 촌부의 단상-뜻깊고 좋았던 긴 하루 file 2024.11.12
4083 촌부의 단상-끙끙 앓았던 하루 file 2024.11.11
4082 촌부의 단상-묵정밭 예초기작업을... file 2024.11.10
4081 촌부의 단상-시니어클럽 간담회 file 2024.11.09
4080 촌부의 단상-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file 2024.11.08
4079 촌부의 단상-겨울 시작 입동(立冬)날에... file 2024.11.07
4078 촌부의 단상-아내는 신났다! 냉동고 때문에... file 2024.11.06
4077 촌부의 단상-꽃대 자르기와 아내의 한지미술 작품 file 2024.11.05
4076 촌부의 단상-도시 바람 쐬러 원주에... file 2024.11.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