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젊은 날의 캐리커처
2024년 11월 20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스무날
그제와 어제 이틀동안은 꽤 쌀쌀한 날씨였다.
오늘 아침도 여전히 서리가 내리고 영하3도,
하지만 그렇게 추운 느낌은 없다. 어느새 몸과
마음이 겨울을 견뎌낼 적응 모드 태세랄까?
촌부가 자주하는 말, "겨울 시작이 참 따시네!"
맞다! 지난 가을도 그랬듯이 이미 절기상으로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날씨는 겨울이 아니다.
늦가을인 듯하다. 두 계절의 공존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우리네 서민들은 따스함이 좋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월요일 휴가를 썼더니
닷새만에 일을 나가게 된다. 연말까지 두어 번
더 휴가를 써야한다는데... 이제 12월에 쓸까
싶다. 이 나이에 월차휴가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있음은 분명 복받은 것이겠지?
어제 아내가 학교에 나가며 신신당부를 했다.
"제발 일할 생각 하지마! 아직 회복 덜 됐어!"
그랬다. 배탈에, 감기몸살 기운으로 고생했다.
다행히 배탈도 나았고 몸살도 회복이 되었다.
그래도 아내의 엄명을 거역할 용기는 못냈다.
한 일이라곤 공용 쓰레기 집하장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며 이서방이 정리하고 있어 잠시
도와준 것과 큰밭가 입구 그물망을 걷어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푹 쉬었다.
오후 내내 빈둥거리다가 잠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지만
오래 읽지는 못한다. 노안이라서 그런지 눈의
피로가 심하다. 그래서 조금씩 자주 읽으려고
한다. 한참 책을 읽다가 캐리커처 하나를 보게
됐다. 문득 내게도 캐리커처가 있는데 하면서
잠시 쉴겸 2층 서재에 올라가 옛 추억에 사로
잡혔다. 그 옛날 캐리커처를 모처럼 뚫어져라
들여다 보았다. 참 오래전의 우스꽝스런 모습,
그 당시 내 모습이 저랬었나 하며 혼자 웃었다.
3개의 캐리커처는 2층 서재 책장에 놓여있다.
지금으로부터 약26~28년전 광고회사 시절,
이름이 외자인 선배 최ㅇ국장님이 내 방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가 탁자위에
놓인 메모지에 쓱쓱 순식간에 그려놓은 것을
버리지않고 지금까지 갖고있는 것이 그 하나,
두 개의 캐리커처는 CF시안용 콘티를 그리던
임ㅇㄱ실장이 그려준 것이다. 그 중에 하나는
광고회사 국장의 샤프하고 근엄한 모습이라며
그려주어 재직시절 책상위에 놓아두었던 것,
나머지 하나는 그 당시 늘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을 알고있던 임실장이 이 캐리커처를 주며
"국장님의 미래 모습을 그려봤는데 어떤가요?"
라고 하여 함께 웃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롭다.
결국 임실장이 그려준 그 모습 그대로 되었다.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 모습은 똑같은데 다만
까맣게 그려주었던 그 머리색깔은 이제 백발이
다 된 산골 촌로(村老)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좋은 선물을 줬던 분들인데 무심하게도
그간 잊고 지낸 것이 많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최선배님과 임실장 연락처가 없어졌다. 몇 해
전 스마트폰이 망가되어 연락처를 비롯한 모든
자료 복구를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없어진
것이다.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알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