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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도시 바람을 쐬러 원주에...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초나흗날 

 

올가을은 여느해에 비해 따스하여 좋긴 하다. 

하지만 유난히 가을비가 자주 내리기도 한다. 

오늘도 또 비소식이 있다. 기온이 꽤나 높다. 

영상 11도, 허나 오늘이 분수령이 될 듯하다. 

오늘 잠시 비가 내리고 나면 내일부터는 전혀 

다른 양상의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다. 아마도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담은 근거가 아주 

분명하고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속담처럼 

가을비가 내리고 그치고나면 찬공기로 인해 

추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요즘 우리나라 기후는 

예전과 같지는 않다. 그동안 따뜻한 날들이 

이어져 좋긴 했으나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니 

겨울채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어제는 모처럼 아내와 도시 바람을 쐬고 왔다. 

가까운 도시인 원주에 다녀온 것이다. 볼일이 

있어 다녀왔지만 이따금씩 나가면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성장하여 직장생활을 오래 했으며 젊은 

시절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낳아 길렀던 곳이 

서울이다. 제 2의 고향이라 할까? 그래서인지 

가끔 도시에 나가는 것이 어쩌면 도시인들이 

시골을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도시인들은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생필품 사러 

나가는 것이 목적이라 그런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할까? 그래도 한번씩 다녀오면 기분은 

좋다. 도시인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좋듯이... 

 

알뜰하고 검소하기로 소문난 짠순이 아내가 

그동안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청소기가 말을 잘 안들어 고생을 했고 오래된 

냉동고는 성에 수준을 넘어 얼음덩어리가 돼 

애물단지가 되었는데 바꿀까 말고 혼자 전전 

긍긍 했단다. 아낄 걸 아껴야지 왜 그 고생을 

하느냐며 한 소리하고는 바로 나가자고 했다. 

전자마트에 가서도 돌고돌아 싼 걸 고집하며 

고르는 아내, 어쩔 수가 없는 분명 고집불통의 

짠순이 할매다. 다행히 아내의 취향에 걸맞는 

그럴듯한 것을 골라서 샀다. 냉동고는 배달을 

한다고 했고 청소기는 바로 가져올 수 있었다. 

진작에 눈치를 못챈 이놈의 촌부가 더 문제다. 

다행히 가격도, 성능도, 모델도 만족한다면서 

웃는 아내에게 할말 없고 미안하여 그냥 함께 

웃었다. 이따금씩 아내의 불편도 살펴야겠다. 

 

모처럼 도시에 나왔으니 밥이나 먹자고 했다.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설렁탕집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있듯이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줄을 서있는 

것이 아닌가? 하긴 원주에서 설렁탕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집이라서 그렇겠지 싶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아내와는 잘 이야기를 

나누는 주인아주머니는 주말이라 안나왔단다. 

하필 이런 날에 간 것이라 가면 매번 주시던 

서비스는 못받았지만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기왕 도시에 나왔으니 가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려서 쇼핑을 하고 가자고 했다. 봉평의 농협 

마트와는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렇긴 

해도 아내는 하나하나 가격을 비교하면서 사는 

것이었다. 메모를 한 것 보다 촌부 때문에 충동 

구매, 즉석구매가 더 많다면서 궁시렁거렸다. 

그런데 생선초밥 코너에서는 촌부가 좋아하는 

것이라며 쇼핑카트에 덜렁 집어넣는 것이었다. 

짠순이 할매이긴 해도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돈을 쓸 때는 두 말 않고 팍팍 쓰는 아주 용감한 

멋쟁이 할매다. 그렇게 알뜰쇼핑을 한 탓인지 

꽤 많은 충동구매를 했음에도 얼마 나오지않아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아내, 정말이지 

못말리는 짠순이 할매요, 알뜰한 당신이다. 

 

집에 오자마자 청소기를 조립하여 시험가동을 

해보라고 했더니 너무 좋다며 싱글벙글 하는  

아내더러 제발 이제는 고생하지말고 돈 아낄 

생각하지말고 편하게 살자고 했더니 겸연쩍은 

듯이 웃기만 했다. 둘째네가 어서 저녁먹으러 

오라고 했다. 마트에서 사온 생선초밥과 소주 

한 병을 들고 갔더니 수육을 삶아 한 상 떡하니 

차려놓은 것이 아닌가? 전날 김장 마치고 먹을 

생각이었는데 늦게 끝나 하루 미룬 것이라고 

했다. 수육에, 초밥에 아주 그럴듯한 밥상이라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나서 

"요즘 우리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가 몰라?" 

했더니만 식구들이 다들 함께 한바탕 웃었다. 

"청요리에, 설렁탕에, 생선초밥에, 수육까지  

 아주 입이 호사를 누리는 어제, 오늘이네!" 

라고 한 마디 더 하고 수육 삶느라 고생을 한 

처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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