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는 신났다! 냉동고 때문에...
2024년 11월 6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초엿샛날
이미 예보상으로 예고가 된 날씨이긴 하지만
갑작스레 영하 4도 기온에 추위가 몰려와 꽤나
당황스럽다. 아마 첫추위라서 그렇겠지? 아님
여느해에 비해 늦게 시작된 추위라서 그럴까?
밤새 내린 서리는 지붕을 하얗게 덮었다. 마치
눈이 내려 지붕을 덮은 듯한 모습이다. 요즘에
내리는 서리는 된서리가 분명하지만 걱정하진
않는다. 모든 농사가 끝났기 때문이다. 농부의
역할은 마무리가 되었다. 산골의 긴 겨울동안
서리가 내리든 말든, 눈이 오든 말든 그런갑다
하면 될 터인데 그게 잘 안된다. 아마도 너무
날씨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남다른
습관이 아닐까 싶다. 하절기엔 어쭙잖은 농사,
동절기에는 산중턱에 살다보니 눈 내리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음이라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봐야 하늘의 뜻인지라 뾰족한 대처방법도
없음인데 말이다.
어제는 엊그제 주문했던 냉동고가 도착했다.
외형치수 710×705×1,855, 용량 380리터,
무게 86kg의 대형 냉동고다. 두 식구 살면서
뭘 이렇게 큰 초대형의 냉동고를 구입했을까?
그 이유는 아내만이 아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미안한 것은 배달하러온 직원들이다. 도시와는
달리 산골집이라 그 무거운 냉동고를 집까지
옮겨오는 것은 쉽잖은 일이었다. 바퀴가 달린
밀차도 보도블록을 깔아놓은 중앙통로가 오랜
세월에 울퉁불퉁하게 변해버려 무용지물이라
결국 젊은 배달직원이 등에 짊어지고 와야만
했다. 어찌나 미안한지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해야만 했다.
아내는 두 배달직원에게 딱히 드릴 게 없다며
홍삼즙을 건네주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서너 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와 함께 냉동고 정리를 시작했다. 종전에
쓰던 소형 냉동고와 한 칸을 냉동고로 사용한
김치냉장고에서 모두 꺼냈다. 꺼내놓고 보니
종류도 가지가지, 양도 어마어마한 것 아닌가?
도대체 이 많은 종류와 양을 아내는 다 기억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들어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언제, 어떤 걸, 어디에 보관했는지 다
기억하나? 하도 많고 너무 다양한 종류라서
찾아내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하는 말이네!"
그랬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재밌다.
"주부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솥뚜껑 운전수
경력이 45년이야! 기억력이 좋아야 주부를
하는 거 모리는 갑네? 말만 해봐, 바로 즉시
척척 찾아 낸다니까! 가끔 헤매기도 하지만..."
이라며 웃는 것이었다.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아내의 진두지휘 아래 냉동고 정리를
끝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 고맙다는 말을
몇 번씩 했는지 모른다. 사람, 미안하겠시리!
진작 사줬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으니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아내는 신났다. 냉동고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