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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일없이 빈둥거린 날에...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열사흗날 

 

요즘은 기온이 들쭉날쭉, 변화가 심하다. 

어제는 그렇게 날씨가 좋더니 오늘은 또 

기온이 곤두박질을 한다. 아마 한새벽엔 

빙점 이하로 떨어진 듯하다. 영상 0.5도에 

지붕위에는 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어제 예보와는 다르다. 예측불허인갑다? 

 

주말을 끼고 간담회와 아버님 기일이라서 

하루 휴가를 냈더니 닷새동안을 쉬었다. 

오늘은 일을 나가야 해서 일찍 일어났다. 

날이 새기도 전이다. 습관처럼 밖에 나가 

날씨부터 살핀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예보에는 하루종일 흐린 날이 될거란다. 

7시쯤에 일을 나가려면 아침이 좀 바쁘다. 

난롯불 지펴놓고 후다닥 일기를 써야겠다. 

 

어제는 밖에서 일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러나 하루종일 빈둥거리면서 푹 쉬었다. 

전날 인천에 다녀오느라 장거리운전으로 

인한 피로와 함께 혹시 모를 배탈휴유증이 

있을까봐 일을 않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간곡한 청이 있어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잖아도 이젠 딱히 급하게 할 일은 없어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책을 가까이 못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부터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젠 얼마 읽지못하고 

자꾸 손에서 책을 놓는다. 눈이 시큰거린다. 

시력이 문제이다. 나이듦을 실감하게 한다. 

쉬엄쉬엄, 천천히, 조금씩 읽어야만 할 듯...  

 

잠시 바람이나 쐴까하고 나가 어슬렁거렸다. 

가을걷이가 끝난 텅빈 밭은 쓸쓸해 보인다. 

꽃대를 베어낸 정원도 매한가지 훵한 느낌, 

욕심일까? 이렇게 비움의 묘미도 느껴야만 

하는 것인데 항상 채워져 있는 것에 익숙해 

그게 더 좋다고 여기는 것은 분명 욕심이다. 

채움의 기쁨보다 비움의 묘미도 즐겨보자! 

 

하루종일 빈둥거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효붕이 녀석 세차를 좀 해야겠구나 싶었다. 

오래전 단풍놀이 한답시고 오대산 상원사 

갔던 날 비가 내렸고 흙탕물을 뒤집어 썼다. 

곧바로 새차를 못하고 그냥 그대로 다녔다. 

어찌되었거나 게으름의 극치 아닐까 싶다. 

정말 오랜만에 자동차 세차를 해본 것이다. 

주말에 멀리 울산 다녀올 일이 있어 세차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촌놈 자동차라고 

흙을 덕지덕지 묻히고 도시에 나가는 것은 

도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시간 남짓 세차를 했더니 효붕이 

모습이 그때서야 제대로 보이는 것이었다. 

사람도 씻어야 깔끔하게 보이듯이 말못하는 

자동차이지만 말끔하게 세차를 했더니 아주 

보기좋다. 주인 잘못 만나 그동안 너저분한 

모습으로 다니게 했구나 싶어 많이 미안했다. 

이 정도라면 도시에 나가도 촌놈 자동차라는 

소리는 듣지않을 것 같다. 효붕아! 미안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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