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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겨울 시작 입동(立冬)날에...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초이렛날 

 

오늘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겨울의 시작을 

뜻하는 입동(立冬)이다. 24절기의 이름은 중국 

주(周)나라 시대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여진 이름이며, 그 당시는 농경시대라서 모든 

절기는 농사와 관련있고 태양의 움직임(黃道)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정해놓은 날들이다. 

주나라 시대(기원전 1046년 ~ 기원전 256년) 

천문학이 현재까지 전해오는 걸 보면 대단하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부터 도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화북지방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든 

절기라서 우리나라 기후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그러나 오랫동안 농업 위주의 농경사회를 거쳐 

온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조상님들은 

24절기를 중요하게 여기며 농사를 짓는 시기를 

알리는 유용한 지표아 농사력(農事歷)으로 사용 

했고, 또한 일상생활의 다양한 풍습과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사실 도시생활을 하던 

그땐 관심이 없었으나 산골살이를 하며 농사를 

짓다보니 자연스레 절기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절기와 실제 기후변화는 차이가 

많긴 하지만 올해의 입동(立冬)은 맞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계절의 구분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이곳 산골은 아주 

특이한 기후조건을 가진 고원지대라서 일년의 

절반이 겨울, 나머지 반년이 세 계절이 차지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는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하긴 24년전 이맘때는 이미 영하 10도 기온에 

눈이 쌓여 하얀 세상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런 

모습은 늦어지고 있다. 분명 지구온난화 영향이 

이곳 산골에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다. 영하 5도의 기온에 

얼음이 얼었고 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어제 오후에는 햇살이 눈부시고 좋았으나 파란 

하늘은 엊그제와는 사뭇 다르게 꽤 추워 보였다. 

해도 그렇고 하늘은 그대로인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느낌은 달라지는 것일까? 

종일 날씨가 쌀쌀하여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키 큰 야생화 '금꿩의 다리' 

마른 꽃대가 집안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바로 

잘라버릴까 싶어 밖에 나갔으나 애처롭게 보여 

그럴 수가 없어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차디찬 

겨울 찬바람을 견디지 못해 꺾여지게 될 게다. 

마당 인테리어 삼아 거꾸로 엎어놓은 장독옆에 

메리골드가 영하의 기온과 된서리 한 방에 폭삭 

데쳐놓은 듯하다. 엊그제 마른 꽃대를 자르다가 

아직 꽃이 피어 좀 더 두어야겠구나 싶었는데 

이젠 잘라야겠다. 무청시래기 말리려고 데크에 

폐낚시대를 재활용하여 시래기 덕장을 만들어 

놓고 무청을 널어놓았는데 며칠사이 꽤 많이 

마른 듯하다. 앞으로 두어 달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겨울 햇살, 겨울 햇볕에 마를 것이다. 

 

이틀간 집에서 쉬다보니 손발이 근질근질하다. 

그렇다고 딱히 할일은 없다. 농사가 끝났으니  

밭에 나갈 일도 없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일은 

있으나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아 빈둥빈둥이다. 

그래도 아내가 정성껏 식사를 챙겨주어 고맙다. 

영하의 기온에 차가운 날에는 뜨끈한 칼국수가 

좋다며 끓여주었고 저녁엔 돼지고기 숭덩숭덩 

썰어넣은 김치찌개가 제격이라며 끓여주었다. 

일없이 놀면서도 먹는 것은 때를 챙기는 촌부, 

늘 하는 말은 '사는 거 뭐 별 것 있나? 먹는 게 

남는 것이지!'라고 지껄인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간 큰 남자'라고나 할까? 이틀동안 잘 놀고 잘 

먹어 힘을 비축했으니 오늘은 일찌감치 일을 

나가려고 한다. 하절기에는 이른 아침 7시에 

나가는 것은 날이 일찍 밝아 괜찮았는데 이제 

동절기가 시작되어 꽤나 부담스럽다. 그래도 

일할 수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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