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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200302_2.jpg : 촌부의 단상-알갱이 눈이 내려 쌓인 날IMG_20200302_1.jpg : 촌부의 단상-알갱이 눈이 내려 쌓인 날[촌부의 단상]
알갱이 눈이 내려 쌓인 날

3월 2일, 음력 庚子年 이월 초여드렛날
간밤에 또 눈이 조금 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저녁 무렵에는 비를 뿌리는가 싶더니 자정 무렵 쯤에
잠시 내다봤을 때는 티눈이 흩날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잠에 들었다. 쉬는 날이라서 조금 늦게 일어난 아침에
나가보니 땅을 살짝 덮을 정도의 눈이 내려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많이 내린 눈은 아니지만 비가 내린 뒤,
축축하게 젖은 땅위에 내려 얼어붙어 쓸리질 않는다.
가만히 살벼보니 마치 소금덩어리 같기도 하고, 가는
설탕덩어리 같기도 하다. 알갱이 눈이라고 해야할까?
눈이라기 보다는 가는 얼음덩어리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일 듯하다. 눈의 종류도 참 가지가지구나
싶다. 그나저나 오늘 눈은 햇살이 퍼져야만 쓸리든지
자연스레 녹든지 말든지 할 것 같으니 기다려보기로
한다. 기온은 영하 3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바람이 꽤
살랑거리고 있어 체감온도는 낮은 듯하다. 어제보다
기온은 낮은데 피부로 느끼는 추위는 훨씬 더 춥게만
느껴진다. 

잠시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다가 알갱이 눈이 바닥에
얼어붙어 이내 포기를 하고 들어와 난롯불을 지폈다.
따뜻함이 온몸을 감돌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하며 서성였다.
하는 일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얼마나 지났을까?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물이 펄펄 끓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제서야 일을 찾았네!"하면서
끓는 물을 보온팩에 옮겨부었다. 곤히 자고있을 아내
품에 안겨주기 위해서... 따뜻한 보온팩을 들고 2층
침실에 올라갔더니 잠에서 깬 아내가 누워서 TV를
보고있었다. 쉬는 날이니까 좀 더 자라고 말을 하며
아내 품에 보온팩을 안겨주고 다시 아랫층으로 내려
왔으나 좀처럼 뭘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않았다.

그렇게 빈둥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아랫층에 내려오며
"오늘은 일기 안 쓰나? 왜 그리 서성거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이라고 했다. "오늘은 만사가 싫구만!"
했더니, "그럼 잠을 더 자든가?"라며 웃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가 "이제 밥 먹읍시다!"
라고 하여 아일랜드 식탁에 앉았더니, 아내가 "오늘은
그냥 이렇게 먹자구요. 있는 반찬들 뿐이라 미안해!"
라고 하여 차려진 밥상을 봤더니, 눈이 번쩍 뜨였다.
먹다남은 냉이국으로 끓였다는 냉이된장찌개, 김치, 
시원한 동치미, 고춧잎무침, 콩나물무침, 먹다가 남은
마부침개와 오이무침, 어제 도토리가루로 쑤었다는
도토리묵과 양념장... 소박한 산골밥상이라기 보다는
촌부 눈에는 이 만한 진수성찬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런데 아내는 도토리묵을 제외한 모든 반찬이 재활용
이라면서 미안해 하는 것이 아닌가? 남들이 보면 평소
우리 밥상이 너무 화려한 것으로 오해하겠는걸.ㅎㅎ
산골 부부는 이렇게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난롯불 앞에서 멍때리기를 하고있는데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일기 안 쓰고 또 뭐하고 있나?
당신 팬들 기다릴텐데..."라며 소리 지르는 통에 그만
놀라서 "써야제, 쓸거야!ㅎㅎ"하며 쇼파에 앉았으나
도통 뭘 쓸까 생각이 나지않아 그냥 이렇게 횡설수설
해보기로 했다. 알갱이 눈이 내린 날에 알맹이도 없는
내용의 일기로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쉬는 날이긴
하지만 원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8명으로 늘어나서
원주에 다녀올 수도 없으니 흔히들 하는 말로 방콕을
해야할 것 같다. 아내 말대로 냉파나 하면서...

하루빨리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
불철주야 방역을 위하여 사투를 벌이는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마음을 전하며 오늘 촌부의 일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Atachment
첨부 '2'
  • 허익범 2020.03.02 09:38

    음....  뽀식이 일기를 눈빠지게 기다리는데  오늘은 알맹이가 없구만,.........  알맹이 없는 날에도 부인은 정갈하고 푸짐한 알맹이를 맹글어내는데....  쯧......    그래도 뽀식이 저렇게 천상의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부럽기만 하이.... 눈만 돌리면  주변이 온통 보석알맹이 뿐인 것을......

  • 뽀식이 2020.03.02 10:35
    친구!
    오늘처럼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냥 빈둥거리다가 보니
    알맹이가 없는 일기도 쓴다네.
    훗날 보면 이런 날도 있었구나 하겠지?ㅎㅎ
    그래도 촌부의 일기를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음이라 감사할 따름일세.
    땡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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