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군고구마에는 동치미가...
눈이 하얗게 내려쌓인 겨울날 저녁에
난로에 장작을 가득 넣고 불을 지폈다.
장작 타는 소리도 모습까지도 정겹다.
금새 훈훈함이 감돌아 따스하여 좋다.
산골의 밤은 따스한 온기로 깊어간다.
밤이 으슥해지고 굼굼해짐이 느껴질즘
눈치 빠른 아내가 이내 야식을 챙긴다.
난롯불 위에 호일로 싼 고구마를 얹고
시원한 동치미도 한 사발 퍼다 놓았다.
고구마가 익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쁘다.
타닥타닥 타는 장작불 소리도 좋은데
말람말랑 달콤하게 익어가는 군고구마
그 냄새에 코가 호사를 누리고 있구나.
입도 호사를 누릴 것 같아 군침이 돈다.
집안에 군고구마 냄새가 진동을 한다.
드디어 아내가 군고구마를 꺼내 온다.
노랗게 익은 속살에서 김이 모락모락
어뜨어뜨 하면서 호호 불어서 한 입...
군고구마 맛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역시 겨울날 야식은 군고구마가 최고다.
그 뿐인가? 시원한 동치미 맛을 어떻고.
우리밭에서 우리가 기른 온갖 채소들에
아내의 손맛과 정성이 양념으로 배었다.
국물 맛이 뜨거운 입을 식혀주는 이 맛
채소 농사 지은 보람, 아내의 김치 솜씨
사각사각 무우, 아삭아삭 배추가 씹히고
쌉쓰레한 청갓, 절임 고추맛이 얼큰하다.
역시 동치미는 겨울날 먹어야 제맛이고
군고구마와 함께 먹으니 맛이 살아나네.
하나 더 있다면 아내의 정성과 사랑이다.
눈소식 때문인지 잔뜩 흐린 아침을 시작하더니 벌써
눈이 내려 쌓이고 있다. 오늘은 많이 내릴 것이란다.
예보에 의하면 아침나절부터 저녁까지 내린다는데...
그 바람에 아내가 그렇게 설레이며 기다리던 친구들
모임에 가지않겠단다. 산골살이 한답시고 모임에도
제대로 못가게 되니 뭔가 모르게 마음이 좀 안좋다.
도시에 있으면 지금쯤 몇 군데의 송년모임에 나가곤
했을텐데 미안한 마음에다 짠하기까지 하다. 눈이야
오던말던 다녀오라고 했지만 이런 마음으로는 가기
싫다니 남편으로서 더 마음이 안좋다. 아내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