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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71128_2.jpg : 촌부의 단상-자비로운 마음이어야 했는데...IMG_20171128_4.jpg : 촌부의 단상-자비로운 마음이어야 했는데...IMG_20171128_3.jpg : 촌부의 단상-자비로운 마음이어야 했는데...IMG_20171128_1.jpg : 촌부의 단상-자비로운 마음이어야 했는데...[촌부의 단상]
자비로운 마음이어야 했는데...

이른 아침에 눈쌓여 얼어붙은 미끄러운 산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갔다. 방한화에 아이젠을 채운 아내의
엉거주춤 걷는 모습이 우스쾅스러웠다. 흔히 볼 수가
없는 진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산골살이 하다
보면 종종 보게 된다. 그 모습이 우습긴 했지만 한편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얼어붙은 최악의 눈길을
어떻게 치워야할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슴에 간직한 채 두 시간 넘게
달려 인천에 있는 용화사에 도착했다. 그곳은 부모님
위패를 모신 절이다. 어제 아버님 9주기를 맞아 올해
부터 기제사를 불교식으로 모시기로 하여 간 것이다.
그동안 아버님, 어머님 49재를 불교식으로 지내봐서
생소하진 않았다. 오히려 집에서 지내는 기제사보다
번거롭지않고 간소하게 지낼 수가 있고 또한 경건한
마음이 들어 불교식으로 결정하기를 잘했구나 싶다.
전통적 제례의식이 싫어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촌부의 생각은 너무 격식에 치우치는 것보다
조상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종교식으로
기재사를 모시는 것도 좋겠다 싶어 형제들과 의논해
결정을 했다. 생전에 두 분 다 불자이셨기에 자식들의
불교식 결정에 불만을 가지시지는 않으시겠지 싶다.
아우들과 함께 아내와 넷이서 아버님의 명복을 빌며
지난 여름 아버님곁으로 가신 어머님의 명복도 함께
빌었다. 아울러 자식들도 잘 보살펴 주십사 하고 청을
드렸다. 스님의 불경을 듣는 내내 아버님 생전 모습이
촌부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재를 마치고 아우들과 잠시 차를 한 잔 할까 했는데
모두들 하는 일이 있어 바쁘다고 하여 그냥 헤어져 좀
서운했지만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은 것이라서 그냥
보냈다. 그런데 뭔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는 아내...
그렇게 아우들과 헤어진 후, 인천에 왔으니 자그맣게
카페를 운영하는 처제를 보고가려고 갔다. 마트에서
잠시 쇼핑을 하며 아내가 큰처남댁 형수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카페에 오신다고 하더니 우리보다 먼저 와
계셨다. 두 분과 처제와 동서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내는 바닐라 라떼, 촌부는 달달한 캬라멜 마키아또
한 잔씩을 마셨다. 맛있다. 그리고 분위기 너무 좋다.
동서가 하는 목공예 작품 소품들과 처제가 하는 퀼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오밀조밀 잘 어울려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는 것 같아 좋았다. 그 작품들은
손님들께 팔기도 한다니까ㅈ바로 1점포 2업종이다.
동서의 목공예 솜씨가 나날이 섬세하고 좋아지는 것
같아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 부러웠다.

인천까지 하루에 왕복으로 오가며 운전한다는 것이
이젠 힘이 든다. 그래도 아내와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하는 여행(?)겸 드라이브라 생각하면 피로가
훨씬 덜 하다. 내일 일을 생각하여 일찌감치 온다는
것이 다섯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침에
힘들게 내려왔던 눈쌓여 얼어붙은 길이 치워져 있다.
누가 치웠을까 하고 길바닥을 보니 아무래도 장비로
치운 흔적이 보였다. 걸어서 올라왔더니 옆집 길까지
말끔하게 치워졌다. 갈라진 우리 길은 그대로이고...
순간 서운함에 화가 치밀었다. 오늘 집에 없을 것이라
했는데 사전에 전화라도 주었으면 장비를 부른 김에
함께 비용부담을 하더라도 우리 길도 치울 수 있었을
텐데... 집에 오자마자 홧김에 각삽, 눈삽과 넉가래를
챙겨 우리 길에 쌓인 눈을 치웠다. 얼어붙은 바닥이
전날보다는 조금은 수월하였지만 힘은 무척 들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서 모두 다 치우지 못했지만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올라오면서 다들 내맘 같지는
않구나 하며 화를 삭혔다. 절에 다녀왔는데 좋지않은
생각은 하지말고 자비로운 마음을 갖자고 다짐하며
조금 전 옆집의 처사에 서운함을 가졌던 생각을 잊어
버리기로 하였다. 

간밤에 비가 내린 것 같더니 오늘 아침 기온이 영상
5도이다. 낮에는 햇볕이 나와 눈을 좀 녹여주었으면
좋겠는데... 어제 저녁무렵 날이 저물어 치우지 못한
눈을 마저 치우고 올라왔다. 한 새벽에는 영하였는지
치운 길이 얼어서 아직은 미끄럽다. 참으로 산골살이
힘들구나 싶다. 좋은 날이 있겠지?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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