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하필이면 이런 날에...
간만에 장작용 나무를 자를까 하고 엔진톱을 챙겼다.
지난번 원주에 나갔을 때 여분의 톱날을 갈아다 놓아
교체를 했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자꾸 벗겨져 애를
먹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맥가이버 마을 아우를
찾아갔다. 요즘은 농사가 끝난 농한기라서 집에서 푹
쉬고 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엔진톱 톱날 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우선 들어와서 차나 한 잔하고 보잖다.
제수씨도 어서 들어오라며 발걸음을 주방으로 옮겨
이내 따끈한 차와 과일을 내왔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아우와
밖에 나와 엔진톱 톱날을 교체하고 줄로 날까지 세워
주었다. 알고보니 촌부가 톱날을 교체하면서 나사를
너무 꽉 조여 생긴 문제라며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다음에 교체할 일이 생기면 올라갈테니 전화하란다.
집에 올라와 뒷산에 지게로 지고 어깨에 매고 밧줄로
묶어서 끌어다 놓은 통나무를 장작용으로 쓸 크기로
알맞게 자르는 일을 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도
계속해 꽤 많이 잘랐다. 2시쯤 되었을까? 갑작스레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예보에도 없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모처럼 마음먹고 장작을 조금
마련할까 했더니 하필이면 이런 날 눈이 내려 방해를
한다. 며칠 전 첫 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쌓일 만큼은
아니더니 이번 눈은 삽시간에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톱질을 중단하고 잘라놓은 나무토막을 한군데 모아
놓고 비닐천막 덮는 일부터 서둘러 해야했다. 아내도
나와서 도왔다. 이제 아내에게는 가능한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나 힘이 드는 험한 일은 하지못하게 하는데
어제는 급해서 어쩔 수없이 함께 나무를 옮기는 일을
함께 했다. 대충 밭에 옮겨놓고 비닐천막을 덮었놓고
현관입구에 있는 오가피나무와 단풍나무 한 그루씩을
잘랐다. 그 부근에다 장작집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눈도 펑펑 내리고 하던 일도 중단하여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매번 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못했던 처마끝 물받이에 쌓인 낙엽송 잎파리 치우는
일을 시작했다. 더 두면 눈이 녹아 흐르면서 얼어붙어
물이 녹으면 흘러넘치는 것이라서 해마다 해야 하는
연중행사인데 하필이면 좋은 날 다 두고 눈이 내리고
추운 날에 하느냐며 아내가 성화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잔뜩 쌓인 낙엽을 치우고 보니 밑은 이미 바짝
얼어 얼음덩어리가 되어있다. 그 얼음까지 모두 제거
하고나니 손이 얼마나 시린지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동상에 걸릴까봐 걱정을 하는 아내에게 할 말이 없다.
다음부터는 좋은 날 이런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녁에 아내가 낮에 험한 일을 하느라 수고했다면서
난롯불에 군밤을 구워주었다. 눈이 내려쌓인 저녁엔
군밤이 제격이라면서... 겨울날 밤에, 그것도 첫 눈이
내려 잔뜩 쌓이고 세상이 온통 하얀색인 날의 밤에는
고소하고 달달한 군밤을 난롯불에다 구워먹는 것이
산골의 최고 간식이다. 어떤 날은 군고구마, 어제같은
날에는 군밤으로 겨울날 밤 산골부부의 입을 즐겁게
하는 야식이라고나 할까?
오늘 아침은 올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이 아닌가 싶다.
아침 7시 봉평읍내의 기온이 영하 12도라고 인터넷
뉴스에 발표되었으니 그보다 2~3는 낮은 우리집은
아마도 영하 14~5도는 되는 것 같다. 눈까지 내려서
쌓여있으니 더 추운 느낌이지만 이제야 제대로 겨울
모습이 느껴진다. 창밖을 내다보며 하는 아내의 말이
재미있다. `또 겨울왕국에 들어 앉았네!`란 말 뜻은
'올겨울엔 눈과의 전쟁을 얼마나 더 치열하게 치러야
할까?'란 의미일게다. 그래도 창밖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같은 설경은 이 산골에서나 보고 느끼고 즐기는
특혜라고 생각하기로 하며 오늘을 시작한다. 날씨는
매우 춥지만 오늘은 어제 못다한 일을 마저 해치울까
싶은데... 햇살이나 퍼지면 나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