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산골 부부의 겨울나기는...
요즘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를 넘나들며 하루가
멀다하고 눈이 내려쌓인다. 지난달 말에 이어12월로
들어서면서 벌써 며칠째 그러는지 모르겠다. 하기사
이젠 겨울이니까 당연한 것이고, 17년을 겪어왔으며,
어제 오늘만의 현상도 아닌데 괜시리 짜증 부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산골살이의 가장 기본적인 것,
바로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으로는 그러자 하고, 그래야 한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몸은 따로 놀고 있다. 문제로다.
산골살이 하면서 눈이 내리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에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도시에서는 볼 수도 없는 멋진 설경이 펼쳐지고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여 눈속으로 푹
빠져드는 것은 호사이고 특혜이다. 하지만 잠시 뿐...
현실적인 부담이 마음을 억누르고 몸을 고되게 한다.
산중턱 눈쌓인 비탈길을 치워야만 하는 것이 바로 그
현실인 것이다. 겨울이면 겪어야만 하는 일인 동시에
일상이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점점 나이가 들다보니
무거운 중압감과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17년 전 가슴 설레이며 벅찬 마음으로
결정을 하여 바로 이 터전에 정착을 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 모두 내 탓이오, 내 업보라고 여기는
수밖에... 사실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겠다'라고
하는 것은 거짓일 것이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겠지만
처해진 현실을 극복하려는 마음이면서 다짐이기에
그렇게라도 하여 스스로 위로하고 다둑거리며 산다.
산골 촌부와 산골 아낙의 겨울나기는 눈과 전쟁으로
시작하여 끝이 난다. 그리고 하나 더 땔감 마련이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시나브로 산에서 주워
나른 통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패서 장작으로
만들어 쌓아두고 겨우내 난방을 위해 난롯불을 지펴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장작을 미리미리
준비하여 두면 좋겠지만 마땅히 쌓아둘 곳이 없기도
하여 가을걷이가 끝난 후 밭가에 쌓고 밭에서 장작을
패는 것이다. 몇 해 전 데크에 장작을 쌓았다가 그만
데크가 주저않는 사태를 초래하여 지난해부터는 현관
데크에 장작을 쌓아둔다. 올해는 아예 현관옆의 축대
밑에 임시로 장작집을 만들어 보았다. 자른 통나무는
밭가에 쌓아두고 말리며 현관옆에는 바로 꺼내다 땔
수있게 가까이 쌓아두는 것이다. 주로 장작을 꺼내는
일은 아내가 하는 것이라 가능하면 집 가까이에 있는
것이 힘도 덜 들고 수월하리라는 생각에서 낸 촌부의
배려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하절기에는 꽃들이 피는
꽃밭이지만 동절기인 겨울엔 땔감용 장작을 쌓아둔
장작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산골 부부는 산골에서
열일곱 번째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눈이 자주, 많이
내리고 매우 추운 날씨에 힘은 들지만 따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