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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71205_3.jpg : 촌부의 단상-20분을 위한 63분 투자+α(플러스 알파)IMG_20171205_2.jpg : 촌부의 단상-20분을 위한 63분 투자+α(플러스 알파)[촌부의 단상]
20분을 위한 63분 투자+α(플러스 알파)

갑자기 기온이 곤두박질을 치며 급강하였다. 어젯밤
날씨 예보에 한파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더니 꽤 춥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 제대로 된 겨울 속으로
푹 빠져드는 느낌이다. 아마도 한새벽에는 기온이 더
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인 것은 바람이 잠잠해
체감온도는 많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날
바람이라도 불라손 치면 엄청스레 추운 것이 산골의
날씨인데... 어제 저녁 한파주의보가 내렸다기에 지레
겁먹고 아랫층 욕실에 타임 스위치를 네 시간에 맞춰
소형 전기히터를 켜두었다. 해마다 영하 15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수도가 얼어붙는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집을 지을 때 수도배관이 지나는
외벽 보온은 부실공사가 아닌가 싶다. 처음 집을 지어
그렇기도 하지만 도시에 살다가 그저 집만 짓는 것이
좋아 꼼꼼하게 체크를 못한 잘못이고 시행착오이리라.
생각 끝에 아내가 성능이 좋고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소형 전기히터를 하나 장만한 것이다. 

어제 퇴근 무렵 엉뚱한 생각을 하여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아침에 뜬금없는 눈이 내려 자동차를 이용할
수가 없어 걸어 내려가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아침엔
버스를 타러 가다가 동료를 만나 편승을 하여 편하게
갔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저녁 6시반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여 아랫쪽 IC부근 도로에 내려 걸어서
올라와야 한다. 이럴 때 시골은 참으로 교통이 불편한
것이다. 하루에 서너번 장평에서 출발해 읍내를 거쳐
도로가 마을마다 돌아서 오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사실 그 버스를 한번도 타 본
적은 없다.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나 연세드신 어르신,
차가 없는 분들이나 그 버스를 타고 다닌다.

일은 끝났는데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
더 남아있다. 딱히 할 것도 없을 뿐더러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여 걸어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서
집으로 오기에는 다소 먼 거리다. 4.3km 십리가 넘는
거리인데다 밤길에 추운 겨울날 저녁인데 괜찮을까?
지난번 봄과 가을에 두어번 걸어 본 경험이 있으니까
가보자 하며 길을 나섰다. 그 전에는 인도가 없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도로정비공사를 하면서
인도를 잘 만들어 놓아서 걷기에는 안전하고 편했다.
다만 추운 저녁무렵이고 도시처럼 상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로등이 없는 시골 도로라서 조금은 어둡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이 전부이고 띄엄띄엄
있는 스키샵의 간판등에 의지하여서 걷다보니 그다지
지루한 줄은 몰랐다. 그 옛날 고향에서는 학교도 멀어
이 정도 거리를 걸어서 다녔고 이보다 더 먼 삼십 리의
읍내 오일장에도 걸어 다녔다. 그 당시 촌부는 어려서
할아버지와 우마차에 타고 다녔기에 먼 거리인 줄은
몰랐었다. 걷다보니 문득 어릴적 생각이 났다.

그렇게 걸어서 오다보니 저만치 IC가 보이고 우리집
간판이 보인다. 매일 보는 것인데 왜 이렇게 반갑지?
무엇이든 자기가 처해진 처지에 따라 느낌이 다른가
보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아내의 고생이 보인다. 치워진 길 위에 또렷이 찍혀
있는 두 개의 발자국이 보인다. 아침에 촌부가 걸어서
내려가며 남긴 흔적이다. 눈을 치우며 고생을 하였을
아내 생각이 난다. 지금쯤 도시에 있었으면 문화센터
강의(예전 한지미술 강사)나 다니며 편안하게 살았을
텐데 전원생활을 한답시고 이 산골까지 데리고 와서
눈이나 치우게 하면서 고생을 시키고 있구나. 마음이
짠했다. 저만치 불빛이 보인다. 남편이 온다고 외등을
켜두었네. 버스타고 오는 시간보다 20분 빠른 시간을
위하여 63분을 투자하여 걸어 왔으니 잘 한 것인가?
하지만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운동도 했으니
+α(플러스 알파)가 아니겠는가? 그것으로 충분하고
잘했구나 하면서 만족을 해야겠지? 그런데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고 말았으니 잘했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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