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나무가 너무 많다!?
17년전 외딴 산의 언덕배기 훵한 비탈진 감자밭을
하나하나 돌을 주워내고 돌은 쌓고 일구고 정리하여
길을 내고 집을 짓고 정원을 만들고 밭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텃밭농사를 짓고
화초도 심고 온갖 종류의 나무 묘목도 사다가 심었다.
그땐 나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설레였다.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우리가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바로 시행착오였다.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그저 심으면 되는 줄만 알았다.
나무를 심을 때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데
그저 심기만 하면 좋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많이 심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주변이 온통 나무들로 우거진 숲으로 둘러 쌓였는데
무슨 조경수를 심는다고 돈을 들이며 고생을 했을까?
하지만 살아오는 동안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밭 근처에 그늘이 지게 하는 나무들은 물론이거니와
집 근처 크게 자라 습하게 하는 나무들은 잘라야겠다.
빼곡하게 숲을 이루는 것은 그저 낭만적이긴 하여도
살아보니 절대 실용적인 것은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나무들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수확도 밭설거지도 끝났으니 할 일이 생겼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이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버리고
미련없이 과감하게 나무를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무는 아우의 목공예 작품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고
남은 것은 잘 말려 다음해 겨울 땔감용 장작으로 쓰면
아우 좋고 형님 좋고 좋구나 좋아, 나무야! 고맙데이~
*예보에도 없었던 눈이 내려쌓였고 지금도 내린다.
산골에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곤 한다.
특히 날씨가 그렇다. 오늘같은 날이 그렇다고 할까?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자정넘어 바깥에 나왔을때만
해도 멀쩡하더니 너닷없이 이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자동차가 못내려가니 오늘은 저멀리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내려가는 수고를 감수해야겠는걸. 눈길 따라,
눈을 맞으며 아침 산책이라 생각하고 걸어야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