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6월 초순에 서리가...
2024년 6월 4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사월 스무여드렛날
"아무래도 이놈의 날씨가 미쳤는갑다?"
이른 아침 바깥에 나가자마자 혼자 중얼거렸던
오늘의 첫 말이다. 지붕위에 서리가 내려 하얗다.
영상 3도, 호호~ 입김이 난다.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함이 느껴지는 설다목 산골짜기의 아침이다.
6월 초순에 서리가 내렸다고 하면 아마도 타지방
사람들은 '세상에 뭔소리고?' 라고 하며 믿지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오늘 이른 아침 설다목은
이랬다. 다행히 된서리 아닌 물서리였던 것 같다.
농작물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괜찮은 모습이라서
다행이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얗게 핀 길가 찔레꽃도, 중앙통로의 데이지도,
다른 지방은 5월에 피는 꽃이지만 이 산골에서는
6월 꽃인 아카시아도, 그 외 지금 한창 예쁜 꽃이
피고있는 붓꽃도 6월 초순의 서리에 식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24년 세월을 지나온 지금껏 이런
날씨는 살다살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아무래도
지구의 몸살이 너무 심하기는 한 모양이다.
날도 새기전인데 서리 내림에 걱정이 되어 단지를
한바퀴 돌아보고 들어왔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고추인데 냉해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고 여러가지
채소들도, 기르는 야생초들도 싱싱한 모습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엊그제 수영장 입구의
쇠뜨기를 비롯한 무성한 잡초를 싸그리 뽑아내고
그 자리에 금계국을 옮겨심었는데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이또한 정말로 다행스럽다. 한때는
번식력이 너무 좋은 이 금계국을 천대시하며 제다
뽑아버리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옮겨심고 있다.
금계국이 자라는 곳에는 잡초가 못자라기 때문에
잡초보다는 개체수를 조절하더라도 노랗게 꽃이
피는 이 녀석을 기르기로 한 것이다.
어제 저녁무렵, 세 군데의 명이나물밭 중에 수영장
아랫쪽 밭에서 밭고랑에 또다시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잡초를 보이는 족족 호미로 찍어 뽑아버렸다.
봄이 오고나서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하기사
봄부터 시작 하절기 내내 잡초와 씨름을 하는 것이
이놈 촌부가 겪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일상이라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하는 힘든 일이라서 절대 아내에게는 시키지
않고 혼자 하곤 한다. 그런 영감이 안스럽다고 늘
말하는 아내이다. 중앙통로의 크로버 군락지에서
네잎크로버를 세 개씩이나 발견했다면서 싱글벙글
웃으며 촌부에게 보여줬다. 혼자 일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듯 잡초를 캐는 모습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면서 "명이나물 꽃이 참 예쁘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내 모습을 쳐다보며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잡초 뽑고 캐는 일은 절대 안 시킬께!"
어제는 엿새만에 시니어클럽 일을 다녀왔다.
뭐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닌 촌부의 취미와도 잘 맞고
이 나이에 하기좋은 안성맞춤, 그런 일이라서 나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다니고 있다. 뿐만아니라
함께 일하는 열 명의 우리 팀원 중에 촌부의 나이
순서는 여덟 번째로 젊은 축에 속하는 쫄다구이다.
그래도 팀원 모두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를 위하며
재밌게 즐겁게 때론 신나게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이 나이에 이런 마음씨를 가진 분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어제는 일찍 끝나는
날이라서 모두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강릉으로 갔다.
강릉IC 부근의 한우집인데 갈비탕을 맛있게 하는
집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라고 하여 간 것이다.
정말 맛이 좋았다. 혼자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어째 좀 그랬고 아내 생각이 났다. 그래서 포장을
해가지고 와서 둘째네를 불러 아내와 함께 넷이
맛있게 먹었다. 맛있는 갈비탕을 식구들도 먹이고
촌부는 두 끼를 연달아 먹는 호사를 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