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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내의 소박한 꿈


2020년 11월 9일 음력 庚子年 구월 스무나흗날

아내의 버킷리스트는 그리 거창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버킷리스트가 참 평범하다고 할 정도로 아주

소박한 느낌이 든다.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살아오면서 해보고 싶지만

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에 담아놓고 언젠가는 한번

해보리라는 생각이나 꿈이 바로 버킷리스트일게다.

아내도 그랬다. 이따금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고 일상에 쫓겨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 죄를

지은 듯이 미안했다.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시작하면

될텐데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망설이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왔었다.


지난해 년말 아내가 "나 신년에 원주에 빵 배우러

가도 돼? 아침에 당신 출근할 때 갔다가 당신 퇴근

전에 집에 오면 되잖을까?"라고 하여 흔쾌히 그리

하라고 했다. 그런데 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이다. 

그 무렵 장모님을 원주에 있는 요양원에 모셔야만

하는 상황이 생겨서 취미활동을 할 겨를이 없었을

뿐더러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여

또다시 아내는 취미활동을 하려던 마음을 접어야

했다. 아내는 한동안 장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요양원으로 보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촌부 역시 그런 마음이라 서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힘든 나날인데 무슨 취미활동

생각이 났겠는가?


결국 아내의 빵 배우기는 유야무야 뒤로 미뤄졌다.

아내의 또하나 버킷리스트를 촌부는 잘 알고 있다.

바로 클라리넷 연주를 위한 악기 구입이다. 오래전

학창시절 고적대 활동을 하며 플룻 연주를 했었던

경험을 살려 클라리넷을 독학으로 배우고 싶어했다.

아내의 소박한 꿈을 진작에 알고 있었고 그 정도는

충분히 사줄 수는 있었지만 선뜻 그러지를 못했다.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클라리넷을 선물해 주려고

아내 몰래 혼자 용돈을 모았다. 잣송이를 팔거나

해마다 생일이라고 장모님께서 주시는 용돈이나

막내 아우가 이따금 오라비에게 챙겨주는 용돈을

아껴서 모아 두었다. 어머님 돌아가신 후론 서울에

자주 못가는 처지라 낙원동 악기상에 전화를 하여

상담을 했더니 악기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한동안 망설였다.


언젠가 가족모임에서 막내 아우가 큰 조카 어릴때

배우며 연주하던 클라리넷이 있으니 갖다 쓰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서로 잊어버리고 있었다.

얼마전 어느 정도 수준 클라리넷을 구입할 정도의

용돈이 모여 아내에게 새 것으로 사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막내 아우가 준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한번

물어봤으면 하는 눈치였다. 형제간이지만 꽤 비싼

악기를 그냥 가져온다는 것이 좀 뻘쭘하기도 하여

망설이다 연락을 했더니 두 말없이 선뜻 주겠다고

했었다. 얼마전에 매제가 촌부 생일이라고 밥이나

먹자며 먼 길을 달려오면서 잊지않고 클라리넷을

가지고 내려와서 아내에게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아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아내는 곧바로 

아우에게 전화를 하여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클라리넷을 얻은 기쁨에 아내는 혼자서 독학으로

연습을 한답시고 불어봤지만 처음엔 전혀 소리가

나질 않더니 그래도 오래되긴 했지만 플룻 연주를

했었고 악보를 볼 줄 아는 사람이고 음악성이 있어

그런지 이내 소리가 났다. 그래도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악기라서 얼마전 원주 나가는 길에 악기점에

가서 점검하고 소품도 사왔다. 또한 서점에 들려서

독학을 위한 연주 교본도 한 권 구입했다. 틈만나면

클라리넷을 배우고 익히느라 혼자 삑삑 소리내며

불고 있다. 아내가 꼭 하고 싶어했던 것, 소박한 꿈,

버킷리스트 하나를 충족했다는 만족감으로 아내는

부풀어 있다.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여 멋진

곡을 선사하겠단다. 언제쯤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모임 있을때 선뜻 클라리넷을 준 막내 아우와

우리 가족들을 위하여 멋지게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며 미소를 짓는 아내의 흐뭇해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인다. 나도 무슨 악기든 하나쯤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워낙 음악에는 완전 잼뱅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으니 원...


오늘 아침은 또 한파주의보가 내려져서 꽤 차갑다.

어제 아침 같은 시각 영상 5도에 비해 엄청 내려간

영하 7도에 서리까지 내리고 얼음이 바짝 얼었다.

어제가 늦가을이었다면 오늘은 초겨울이라고 할까?

장작을 가지러 장작집에 나갔더니 코끝이 찡했다.

이제 제대로 겨울이 시작되는가 싶다.20201109_08020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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