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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밭설거지를 하다가...


2020년 11월 4일 음력 庚子年 구월 열아흐렛날

어제는

아침부터 바람이 꽤나 거세게 불었다.

전날 영주 막내네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주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20여분 거리 봉화에 사시는

옛 직장 선배님을 뵙지않고 그냥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잠깐 들려서 인사를 하고 두 시간 가까이

밤길을 내달려 산골집으로 올라오느라 좀 무리를

한 것 같다.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음은 있으나

몸이 자꾸만 거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빈둥거리는

사이에 아내가 운동을 나간다며 운동복 차림으로

챙겨입고 나갔다. 대단한 의지력이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더 강단이 있고 체력이 더 좋은 것 같다.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싶었다. 사람이 걸으면 서고싶고, 서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누우면 자고싶은 것이

우리네 인간의 본능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이것은

틀림없이 나태함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부랴부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은밭에 나가

밭설거지를 시작했다. 올해 텃밭농사 수확은 모두

마쳤으니 응당 밭설거지를 해줘야 밭에 대한 도리,

예의가 아니겠는가? 모든 일은 뒷마무리가 중요한

것이다. 우선 지난봄 야생동물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서 밭가에 쳐놓았던 그물망 걷기를 시작했다.

운동을 마친 아내가 와서 도왔다. 다음은 멀칭비닐

벗겨내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새 땅이 얼어 붙어서

서릿발이 서걱서걱했다. 그래도 멀칭비닐을 벗겨서

얼어붙은 흙을 털어냈다. 밭가 마른 꽃대도 잘랐다.

작은밭의 밭설거지는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큰밭으로 갔다. 이미 몇 일 전부터 아내가 시나브로

묶었던 고추끈을 잘라내고 지지대와 고춧대를 뽑아

밭에 쌓아놓은 것이 꽤 된다. 거의 반정도는 해놓은

것 같다. 남은 고추밭에는 서리와 추위에 색깔 변한

모습의 고추가 볼상 사납게 서있다.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어찌나 바람이 거세게 불어제끼는지 일하는

것이 쉽지않았다. 때마침 아내가 점심 먹자고 했다.

점심식사후 조금 쉰다는 것이 그만 낮잠에 푹 빠져

들고 말았다. 전날의 피로가 쌓여서 그랬던가 싶다.

다시 밭으로 나가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라 아내와

함께 가을 채소들 보온용으로 덮었던 천막을 접어

놓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고보니 별로

한 일이 없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수은주가 영하 8도까지 곤두박질했다.

꽤 춥다. 어제 그렇게 찬바람이 불더니 오늘 이렇게

추우려고 그런 것일까? 어제 밭설거지를 마쳤어야

했는데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날씨가 추워져서 또

날씨좋은 날에 하든지 봐서 오후에 날씨가 풀리면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그러게 할 일을 미루게 되면

되레 고생한다는 걸 알면서 사서 고생하게 생겼네.

좀 느리게 사는 것도 좋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나?IMG_20201104_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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