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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배추가 기막히네!


2020년 10월 27일 음력 庚子年 구월 열하룻날

벌써 며칠째

이른 아침이면

영하의 기온에

얼음이 꽁꽁 얼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다.


산골 아낙과 촌부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온 신경이 밭에 있는

가을 채소에게 가 있었다.


촌부가 아내에게

"그냥 일찌감치 김장을 하지?"라고 했다.

아내도 걱정을 하면서도

"조금 빠르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더니 결심을 한 듯

"어차피 할 건데 그냥 해치웁시다!"라고 했다.


어제 아침나절,

배추밭으로 나가 배추 한 통을 뽑아 

반으로 쪼개본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것 봐요! 배추가 기가 막혀!ㅎㅎ"

속이 노랗게 고갱이로 꽉차서 너무 좋아보였다.


순간

"올해 배추농사는 성공작이네!"라고 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보상받는 그런 기분이랄까?

"당신 고생한 덕분이지 뭐~"라는 아내의 말에

"당신도 고생많았잖아, 기분은 좋다 그치?"

농사짓느라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러나

무우밭에서는 둘 다 실망하고 말았다.

무우청이 실하여 무우도 튼실하겠지 했는데

뽑아보니 청에 비해 무우가 너무, 아주 작았다.

이제 와서 어떡하겠는가?

실망한 촌부를 위로하듯이

"작지만 맛은 좋을 것 같네!"라고 하는 

아내의 말이 너무 고맙다.


아내는 청갓을 뽑으며

"청갓은 아주 좋아, 너무 잘됐어!"라고 했다.

정말 알맞게 잘 자라주었다.

"잘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고 다 그런거야!"

라고 하며 무우청을 잘라 바베큐장에 널어놓았다.

그 사이 아내는 청갓을 깔끔하게 다듬어 놓았다.


저녁때

아내가 쪽파와 미나리를 다듬는 사이에

촌부는 아내를 돕는다며 무우를 씻었다.

아내가 극구 말렸지만 그냥 해주고 싶었다.

무우농사를 망친 죄스러운 마음이었을까?

아님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을까?

자그마한 무우를 깨끗이 씻어 들고 나왔더니

"뭐 그리 작은 것도 아니구만!"이라는 아내 말에

다소 위안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김장 준비의 하이라이트,

아내와 둘이서 배추 절이기를 시작했다.

촌부는 밖에서 배추를 반으로 갈라주면

아내는 안에서 소금과 물로 배추를 절였다.

배추를 절이면서 아내는 연신 감탄을 하였다.

"배추가 너무 좋아, 배추가 너무 알맞아!"라며...

정말 그랬다.

반으로 쪼개 갈랐더니 아주 알맞게 좋아보였다.

아내는 흐뭇, 

촌부는 뿌듯...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절인 배추를 

아래위로 뒤집어 놓은 아내는 아침부터 바쁘다.

청갓, 미나리, 쪽파, 대파를 알맞게 썰어놓았다.

이제 무우채를 썰어야겠다. 촌부의 몫이니까...

산골부부는 오늘 맛있게 김장을 담글 것이다. 


※올해 촌부의 배추농사는 '친환경 유황농법'으로

배추를 길렀다. 황짱과 옐로우세이버를 500:1로

물에 희석을 하여 매주 주기적으로 뿌려주었더니

배추벌레도 없었으며 잎도 튼실하게 잘 자라주었다. 

소개해주신 페친 제갈양 선생님과 백아님이 고맙고

여러가지 방법을 알려주신 전용진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다.20201027_0605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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