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꺼내고, 나르고, 쌓고...
2020년 11월 6일 음력 庚子年 구월 스무하룻날
다행히 햇살이 퍼지고 영하의 기온은 물러갔다.
그렇다면 올해의 겨울채비 마무리를 해야겠구나
싶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햇살이 퍼져서 따스하다고 해도 제대로 무장해야
겠구나 싶어 털모자에 목폴라까지 완전무장을 했다.
전날 부랴부랴 지어놓은 임시장작집에 장작용으로
추가로 사다놓은 토막나무를 옮겨서 쌓는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쓰다남은 잘 마른
죽데기 장작부터 옮기기로 했다. 장작을 때는 것도
선입선출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올해 장작용으로
사온 토막나무는 상당히 두꺼워 오래 타는 대신에
밑불을 붙여야 하는 것이라서 지난해 쓰던 잘 마른
죽데기 장작은 밑불용으로 쓰기로 하여 먼저 옮겨
놓기로 했다. 지난번 미리 사다가 쌓아놓은 장작용
토막나무와 함께 있어 쓰러지지 않게 조심을 하여
꺼내야했다. 아내는 장작집에서 꺼내놓고 촌부는
임시장작집으로 나르고 쌓고를 반복했다.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아 아내와 함께 나르는
것도 서로 손발이 잘 맞는다. 벌써 몇 해를 이렇게
장작을 나르는 작업을 하여서 그런지 서로 척하면
착이다. 산골살이 환상의 복식조는 어느 일이나 다
척척, 착착 잘 맞는다. 그래야 일도 쉽게, 즐겁게 할
수가 있으니까. 아내도 촌부도 땔감용 장작 작업을
할 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
큰 장작집에 쌓여있을 때는 몰랐는데 임시장작집에
옮겨 쌀아놓고 보니 상당히 많다. 지난해 죽데기를
많이 사다놓은 것 같다. 다행이다. 오전내내 했는데
다 못옮겼다. 점심을 준비하러 아내가 집으로 들어
가고 촌부 혼자 몇 번을 나르고 쌓기를 수없이 해도
줄지않을 정도로 많다. 아내가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하여 들어왔더니 "오늘 점심은 유부초밥에 어묵을
국수처럼 잘라서 끓인 어묵국인데 괜찮겠어?"라고
하여 "좋지, 좋아! 유부초밥 오랜만이네. 잘 먹을께!"
라고 대답하고 맛있게 먹었다. 장작을 나르고 쌓는
일을 해서 그런지 아님 아내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이라서 그런지 유부초밥이 유난히 더 맛있었다.
잠시 쉬어다가 다시 나가 장작 나르기를 시작했다.
아내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혼자서 할 때는 줄지
않더니 둘이서 하다보니 이내 끝이 났다. 역시 장작
일은 아내와 둘이 손발이 척척 맞으니 좋구나 싶다.
그다음은 전날 마을 아우 도움으로 추가로 구입한
토막나무를 죽데기 장작 자리에 쌓는 작업을 했다.
꽤나 큼지막한 마대포대에서 아내가 나무를 꺼내고
촌부는 쌓는 작업을 했다. 토막나무의 크기가 모두
다르다보니 쌓는 일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아내가
그랬다. "당신 일하는 모습이 마치 무슨 퍼즐게임을
하는 것 같네. 재밌겠는데..."라며 웃었다. 들쭉날쭉
다양한 모양과 크기라서 이리저리 맞춰서 쌓는 것이
우스쾅스러웠던 모양이다. "당신이 한번 해볼래?"
했더니, "아이고~ 골치 아파서 나는 못해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번에 쌓아봤던 경험이
있어 제법 빠르게 척척 쌓았다. 두 자루의 꽤 커다란
마대포대가 어느새 비었고 반면에 장작집은 한가득
채워졌다. 생각해보니 쪼개놓은 장작은 반듯하지가
않아 쌓아도 많아 보이지만 이 토막나무는 거의 다
사각형이고 납작하여 쌓아놓으면 양이 적어 보이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추가로 구입을 더 한 것만 같다.
모자르는 것 보다 남는 것이 더 나으니까 상관없다.
남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고 남으면 다음해에
쓸 수가 있으니까. 오후 늦게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아내도, 촌부도 장작용 나무가 가득 쌓인 장작집을
보면서 흐뭇하고 뿌듯하여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날씨가 추워져도 걱정이
없다. 김장도 했고, 땔감용 장작도 충분히 준비해서
쌓아놓았으니까... 이렇게 산골 부부의 겨울채비는
모두 끝이 났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 아침은 상당히 푹하다. 비소식이
있었는데 잔뜩 흐리기만 하다. 기온이 영상 4도라서
서리가 내리지 않았나 보다. 요즘에 비가 내리면 잔뜩
긴장을 하게 된다. 밤에 비가 내리면 영하의 기온에
진입로 길바닥이 살짝 얼어붙기 때문이다. 한두번씩
곤욕을 치르기도 하여 이맘때 밤에 내리는 비는 겁이
나는 것이다. 올해는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