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낙엽송과 삼지구엽초
2020년 10월 24일 음력 庚子年 구월 초여드렛날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영하 5도, 얼음 얼고
서리가 내리고, 차창이 바짝 얼어버리고, 매우 춥다.
이젠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지붕을 하얗게 덮어버린
서리를 거의 매일 만난다. 이렇게 그냥저냥 또 가을을
보내고 서둘러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하는 걸까?
아직도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한동안은 이렇게 두 계절의 공존을 지켜봐야 하겠지?
아침, 저녁은 겨울에 가깝고 낮에는 가을인 날씨를...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녹색 푸르름을 지니고 있던
낙엽송 잎파리가 어느새 노랗게 물이 들어 한잎두잎
살랑이는 가을 바람에 떨어지고 있다. 늦가을이 맞다.
낙엽송 잎파리가 노랗게 단풍이 들고 떨어지기 시작
하면 이 산골에는 두 계절의 공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산골에 서식하고 있는 나무들 중에 가장 늦게까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가 소나무잎과 비슷한 바늘
처럼 생긴 잎파리가 노랗게 물들어 떨구게 되면 바로
가을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려고 준비하는 시기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올라간 낙엽송의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면 이 산골에는 곧
추위가 몰려오겠구나 하면서 겨울채비를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려쌓이면 낙엽송과
주변 풍광이 어울려 멋진 설경을 연출하여 기가 막힌
모습으로 변하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크게
감동을 받거나 감탄을 하지도 못할 것 같다. 점점 더
혹독한 산골의 추위가 무섭다고 할까? 나이 듦이다.
며칠전 앞뜨락 야생초 꽃대를 잘라내면서 딱 한 종류
야생초는 남겨놓았다. 바로 삼지구엽초이다. 머잖아
땅을 파고 뒤집어 야생초 뿌리를 골라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다. 그러나 이 삼지구엽초와 지금 땅속에
숨어있는 은방울꽃과 희귀식물이라 하는 개불알꽃은
멀리 옮기지 않고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앞뜨락 한 쪽
어디 좋은 위치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 옮길 때
바로 식별을 할 수 있게끔 그냥 두었다. 빨리 옮기긴
해야 하는데... 삼지구엽초가 우리집 앞뜨락에 와서
번식을 하여 지금처럼 많은 식구를 거느리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다. 그러니까 꽤 오래 되었다. 아마 19년
전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읍내 화원에 카페 안에
놓을 화초를 사러갔다가 바닥에 버려진 삼지구엽초
한 뿌리를 주워다 심은 것이 지금의 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삼지구엽초는 아내에게 보답을
하듯이 무럭무럭 자랐고 감사의 표시를 하느라 많은
번식을 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아내는 물론 촌부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삼지구엽초를 길러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다소 갸름한 하트 모양의 잎도
너무나 예쁠 뿐만 아니라 꽃이 피면 야생화의 진수를
보여주듯이 정말 예쁘고 오묘하고 신기하게 생겼다.
그러니 이 삼지구엽초는 함부로 캐내 다른 곳에 옮겨
심기가 싫은 야생초이다. 잘 구상하여 집 가까이에
은방울꽃, 개불알꽃과 함께 옮겨 심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