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배추 싣고 사과 바꿔 먹으러...
2020년 11월 2일 음력 庚子年 구월 열이렛날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산골집을 출발해 영주에 왔다.
지금 한창 사과 수확기라서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러
막내네 과수원에 온 것이다. 인천에서 둘째네도 왔다.
모처럼 산골식구가 봉평이 아닌 영주에서 다 모였다.
이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에 충실하다보니 모두
한꺼번에 만난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만나면 너무 반갑고 정말 좋다.
어느새 5년次에 접어들어 제대로 기반을 잡고 있는
막내네 부부가 너무 자랑스럽다. 조카 딸내미는 벌써
교사 3년次이며 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까 이 또한
대견스럽고 흐뭇하다. 엊그제 10월 31일이 20년전
우리 부부가 산골살이를 함께 하기위해 이사를 왔던
날인데 그 당시 막내네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고
조까 딸내미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세월이 흘러
막내네도 이제 50대 중반이라 우리 부부와 더불어
함께 늙어가는 아니 익어가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고
특히 우리들이 아끼면서 사랑하는 조카 딸내미 또한
이제는 장성하여 어엿한 숙녀가 되고 선생님이 되어
우리 세 자매, 세 동서를 기쁘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어제 오후에 산골집에서 출발을 하기전에 혹시 잊은
것은 없는지 메모까지 하여 꼼꼼히 챙기는 아내였다.
전날 뽑아서 다듬어 놓은 배추와 무우, 청갓, 대파와
달여놓은 액젓 그리고 몇가지를 자동차에 실었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트렁크, 뒷좌석까지 짐을
한가득 싣고 왔다. 막네 처제와 장서방이 어찌나 좋아
하는지 아내도 촌부도 마음이 흐뭇했다. 둘째네 몫은
산골집에 남겨놓고 왔다. 여기서 일을 마치고 봉평에
들렸다고 간다고 하여 굳이 싣고 올 필요가 없었다.
몇 해만에 왔더니 많이 달라졌다.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보는 마음이 흐뭇하다. 저온 창고도 건축하고
진입로도 포장이 되어있다. 어두컴컴한 저녁이라서
대충 둘러보고 왔지만 사과 과수원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 모처럼 만난 세 자매는 늦은 밤까지
이야기꽃을 피운 것 같고 세 동서도 간만에 술 한잔을
하여 좋았다. 이런 시간이 많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따금씩은 있어야 하는데 아주 나쁜 놈의 코로나19
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니 답답하다.
배추 싣고 사과 바꿔 먹으러 왔으니 이제 사과밭으로
나가볼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