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김장 김치가 맛있어야 할긴데...
2020년 10월 28일 음력 庚子年 구월 열이튿날
어제 새벽 5시,
평소처럼 잠에서 깼다.
아내를 깨웠다.
촌부네 김장담그기가 시작되었다.
전날 절여놓은 배추를 뒤집어야 한다며 깨워달라고
했었다. 김장준비를 하느라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겨우 일어나 눈을 비비며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랫층
배추를 절여놓은 욕실로 가서 배추를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가더니 미나리를 씻다말고 소리를
질렀다. 거머리가 나왔단다. 올해 김장에는 미나리를
안넣으면 어떠냐고 했다. "무슨 소리? 괜찮아!"라고
안심을 시켰다. 사실 아내는 미나리를 즐기지 않는다.
아내가 김장속 재료 미나리, 쪽파, 대파, 청갓을 씻어
썰고있는 동안에 촌부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김장 담글
사전준비를 했다. 거실바닥에 은박 돗자리 두 장 깔고
그 위에 못쓰는 천을 깔았다. 욕실에서 거실로 나오는
곳은 신문지를 펼쳐 깔아놓았다.
아침나절,
드디어 본격적인 김장담그기 시작이다.
복장을 갖췄다. 흰머리카락이 김장에 빠지면 안되니
두건까지 머리에 둘렀다. 아내가 우스워 죽겠단다.
아내는 절여놓은 배추를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고
촌부는 그사이 씻어놓은 무우를 가져다 채를 썰었다.
배추를 씻던 아내가 내년에는 배추를 큰밭에 심자고
했다. 작은밭은 자작나무 잎파리와 씨앗이 떨어져서
배추씻기가 너무 힘들어 안되겠단다. 그러자고 했다.
그다음은 김장속 버무리기를 해야할 차례, 힘을 쓰는
일은 당연히 촌부의 몫이다. 아내는 고춧가루를 부어
주고 촌부는 무우채를 골고루 뒤집어 섞었다. 차례로
썰어놓은 속재료들을 넣고 아내가 힘들게 손수 달인
멸치와 갈치 액젓, 새우젓, 매실청을 차례로 넣은 후
사정없이 뒤집고 치대고를 한참동안 반복을 하였다.
둘이서 간을 보고 맛을 보며 의견일치가 될 때까지
계속 조금씩 추가를 하면서... 우리는 절대 설탕이나
조미료(MSG)같은 것은 김장 김치에 넣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그다음은 아내가 씻어놓은 절인 배추의 물기를 제거
하기 위해 꼬옥 짜는 일이다. 손아귀 힘이 조금 나은
촌부 몫이다. 아내는 미리 준비해놓은 자리에 앉아서
김치속을 넣기 시작했다. 촌부도 뒤이어 아내의 당부
말을 듣고 함께 넣기 시작했다. 어디 한두번을 해봤던
일도 아닌데 당부까지... 낮은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해도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다. 속넣은 김치통이
차면 뒷마무리 또한 촌부 몫이다. 깨끗이 닦아 식탁에
갖다놓는 것이다. 김치통이 무겁기 때문에 아내에게
시키지 않고 꼭 촌부가 하는 것이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김치속 넣기를 하다보니 문득 옛날,
아니구나! 지난해 생각이 났다. 지난해까지 장모님이
계셔서 함께 김장담그기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우리
둘이서 하게 되어 많이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도 든다.
지난 1월 인근 원주에 있는 요양원에 모셨기 때문에
함께 김장담그기를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단다. 비대면 면회는 물론이고
당분간 영상통화도 안된다고 했단다. 이런날 전화로
라도 장모님과 연락은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늦은 오후까지,
그렇게 김치속 넣기를 마치고 나니 한해의 농사지은
보람을 느꼈다. 우리가 기른 배추, 무우, 청갓, 쪽파,
대파에, 우리가 길러 빻은 고춧가루와 아내가 힘들게
달인 액젓으로 김장을 하였으니 어찌 뿌듯하고 흐뭇
하지 않겠는가? 아내가 집안에서 뒷정리를 하는 사이
촌부는 바깥 정리를 하였다. 그리고나서 집에 들어와
보니 맛있는 냄새가 났다. 김장하는 날에 빠지면 엄청
섭섭한 것인데 그걸 눈치챈 아내가 사온 뭉치고기로
수육을 삶고있는 것이었다. 농사짓느라 고생을 했고
김장담그는 일까지 도와주어 너무나 고맙다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아내의 말에 촌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사람아! 니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니 일인데 뭘
그리샀노? 당신이 고생했다. 당신도 마이 묵어라!
그나저나 김장 김치가 맛있어야 할긴데..."라고 하며
배추쌈에 수육 한 점, 배추속, 새우젓 얹어 볼테기가
터질듯이 크게 한 쌈 싸서 입에 넣고 맛있게 먹었다.
좋다, 너무 좋다! 이런 것이 산골살이 보람일테지?
이렇게 우리 산골부부의 겨울채비는 끝이 났다.
칭구 부부는 힘들었겠지만, 맛있는 그 김장김치 먹어보고 싶네.......... 곧 추위가 올테니 두 부부 건강 잘지키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