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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바다가 보고 싶어서...


10월 21일 음력 庚子年 구월 초닷샛날

어제 아침,

아내가 "어제 힘들게 일했으니 오늘은 쉽시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얼씨구나 싶어 이렇게

말했다. "바다 보러 강릉에나 넘어갔다 올까?"라고...

때마침 어제부터 페친이신 김숙영 선생께서 강릉에

있는 커피박물관에서 커피화 전시회를 하신다 하여

겸사겸사 다녀오기로 하고 강릉으로 자동차를 몰고

집을 나서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평일이라 도로는

한산하였고 스치는 주변의 풍광은 단풍으로 물들어

눈을 즐겁게 했다. 강릉 시내 접어들어 꽃집을 찾아

보았다. 어디쯤인지는 모르지만 마침 한산한 거리에

자그마한 꽃집을 발견하여 들어갔다. 꽃집이 예쁘게

보였다. 일면식은 없지만 전시회에 가는데 그냥 가긴

그래서 자그마한 소품 화분에 담긴 화초를 하나 샀다.

커피박물관에서 하는 전시회라서 작가는 계시지않고

작품만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커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으나 직접

보고나니 놀라웠다. '커피'하면 누구나 기호식품으로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커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로 승화시키리라곤 전혀 생각을

못한채 궁금해 하며 갔었는데 감탄스러웠던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커피박물관을 한바퀴 둘러본 후에

아내와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작가님께 다녀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후에 고맙다는 연락 주셨으며,

같은 평창에 사시는데 '느림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계시는 분이시다.)


강릉에 넘어온 또하나 일정,

'바다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따라서 경포대 앞바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커피박물관에서 불과 몇 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송림이 우거져 있고, 그 앞 백사장 너머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가 눈앞에 쫙 펼쳐졌다.

짙은 색의 푸른 바다, 연한 색의 푸른 하늘이 맞닿아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 망망대해, 밀려왔다 다시

밀려갔다를 반복하며 넘실거리는 파도 그리고 파도

소리,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너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이렇게 좋아

어쩔줄을 모르면서 바다를 보러 오는 것이 왜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불과 한 시간도 안되는 거리인데...

아내도 너무나 좋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며, 마음속에

뭔가는 모르게 막혀있던 것이 한순간에 뻥 뚫리는 것

같다고 했다.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인  것 같았는데 한적한 곳이라서 그런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는 않았다. 두어 사람을

보았나? 아내와 함께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백사장을 조금 걸었다. 아내가 그랬다. "내가 이렇게

좋은데 섬출신인 당신은 오죽할까? 가끔씩 옵시다."

라고... 솔직히 바다 구경을 한 것이 언제인지 모른다.

그래서 정말 바다가 보고싶었던 것이다. 


백사장을 걷던 아내가 "언젠가 가을날 경포대 바다가

너무너무 좋아 시를 써봤던 기억이 나네."라고 했다.

6년전의 그 詩가 바로 이 詩다.


경포대에서...


끝없이 펼쳐진 검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마주서니 

가슴이 시원하게 확 트인다. 


지난 10여년의 시간들이

파도치듯 밀려왔다 밀려간다.


외롭고 서글플 때 

견디게 했던 노랫말 한소절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죽을 만큼 힘이 들어 

아침이 두려웠을 때 

위로가 되어준 책 속의 한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의 내게 힘을 주는 글은 

'눈을 감고 꾸는 꿈은 그냥 꿈이고 

눈뜨고 꾸는 꿈은 희망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을 기다려보며 

철석이는 파도에 

삶의 무게를 실어 보낸다.


마음을 비우고 돌아서며 

다시오마 약속해본다.


 아내의 詩 2014. 9. 19



이렇게 아내와 옛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나서 시내로

들어왔다. 점심때가 되어 미리 검색을 해놓은 음식점,

자그마한 한정식집을 찾아갔다. 음식이 참 정갈하고

깔끔하고 맛깔스러웠다. 맛집이라고 하여 거창하고

북적거리는 곳보다 규모는 작지만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가 있는 이런 곳을 우리는 좋아한다. 우리부부

취향에 딱이라고 할까? 값도 저렴하고 맛도 있으며

분위기까지 좋아서 이 다음에 다시 또 오자고 했다.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달려오다가 보니 공사구간이

있어 차가 밀렸다. 하필이면 우리 동네 가까운 곳이

밀려서 한 구간 앞쪽 평창IC 장평으로 나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때마침 5일마다 서는 장날이라서

장구경을 하며 아내가 좋아하는 풋대추를 조금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독감 예방접종을 했으니까

그냥 쉬라고 했지만 가을 가뭄에 배추, 무우, 총각무,

청갓, 대파, 쪽파가 목말라 하고 있어서 물을 줘야만

할 것 같아 한 시간 가량 흠뻑 주었다. 물을 주고나니

마음이 훨씬 편했다. 주인은 전시회로, 바다로, 맛난

밥도 먹으러 다니며 힐링을 하면서 채소들 목마름을

모른척 해서야 되겠는가? 


아~ 참!

전날 캐놓은 42cm 짜리 대물 대덕은 아내 허락하에

두고두고 오래오래 보자며 더덕술을 담가 놓았다.ㅎ20201021_01585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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