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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집 갤러리


2020년 11월 7일 음력 庚子年 구월 스무이튿날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이곳 산골에 내려와 살기위해

꿈을 키우던 그때, 아내는 몇 해를 인근 문화센터에서

한지미술을 배워 강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기억컨데

강사자격증 취득까지 아마 3~4년은 배우러 다녔던

것 같다. 꽤나 힘들어 취미반으로 끝내려고 하는 것을

기왕 시작한 것이니 강사반까지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부추겨 결국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리고

구청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 출품하여 수상하게 되는

영광도 맛보았다. 그때 아내가 엄청 좋아했으며 꽤나

열심히 계속하라고 부추기며 외조한 촌부도 보람을

느꼈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도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아빠는 뭐하냐고 놀려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후엔

백화점 문화센터, YWCA 주부교실, 지자체 취미교실

등에 한지미술 강사로 출강을 하러 다니곤 했다. 나름

신나는 모습이었다. 집에 와서는 강의준비를 하느라

분주하였고 강의를 나갈때는 늘 설레이는 것 같았다.

꽤 멀리 안산까지 출강을 하는 날은 휴일을 조정하여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오기도 했다. 고생하여 배웠던

것에 보람을 느낄만한 시기에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

산골로 삶터로 옮겨 산골살이를 시작하면서 아내의 

한지미술에 대한 경력은 단절이 되었다.


산골에서도 요즘 면사무소, 군청에서 주관하고 있는

취미교실이나 주부교실이 있기는 하지만 교통사정도

그렇고 워낙 오랫동안 쉬었던 것이라서 그 이후로는

한지미술에 대한 아내의 생각은 사라진 것 같아 많이

아쉽기는 하다. 도시에서 산골로 오기전 준비를 하던

때 아내에게 약속을 했었다. 훗날 전원주택을 짓으면

아내가 한지미술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갤러리를 꾸며

주겠다고... 그런데 정작 전원생활이랍시고 시작하게

된 산골살이를 하면서 아내에게 약속했던 갤러리는

지키지도 못한 약속이 되었으며 공수표만 날린 꼴이

되어버렸다. 초기 작품부터 강사가 된 후의 작품까지

상당히 많았다. 크고 작은 액자의 크기도 다양하였다.

아내의 작품을 이따금씩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한 생각,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난후에 어느 잡지에서 우연히

'집안 갤러리'라는 기사를 접했다. 평소와 같았다면

별 관심이 없었겠지만 아내에게 약속을 못지킨 죄로

늘 마음에 걸렸던 터라 기사가 유난히 눈에 띠었다.

어느 무명 여류화가 본인의 작품을 인테리어를 겸해

집안 곳곳의 여백에 작품을 걸어놓았다는 것이었다.

그 기사를 다 읽고나서 "그래, 이거다! 아내를 위하여

집안에 갤러리를 꾸미자! 그냥 장에 보관을 하여 잠을

재우는 것보다 꺼내 빈공간에 걸어놓게 되면 집안의

인테리어도 될 것이며 아내 작품이 세상밖으로 나와

세상구경도 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촌부의 이

제의에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아내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껏 우리 산골집 내부에는 그때

부터 아내의 한지미술 작품이 마치 전시회를 하듯이

곳곳에 걸려있는 것이다.


오늘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24절기 중에서 열아홉

번째 드는 절기 입동(立冬)이다. 하지만 입동 추위는

없고 평소보다 기온이 더 높은 두 자릿수 영상 12도,

당연히 기온이 높아 서리도 내리지 않았다. 비소식이

있다고 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우리네 서민들은

따뜻한 것이 좋긴 하다. 하지만 또다시 추위가 몰려

온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가 보다.

 IMG_20201106_1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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