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봄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에...
올봄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 잦다.
거의 하루이틀을 멀다하고 비가 자주 내린다.
그렇다고 내리는 비가 싫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산골에서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부님들과 함께
살고 농사라고 하기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아주
작은 텃밭농사를 짓는 사람이라 지금 이 시기에
내리는 비는 농사에 도움이 되는 비라서 오히려
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내린 비는
마치 여름날 아니 장마철에 내리는 비처럼 거센
돌풍을 동반하고 간간이 천둥 번개까지 함께하여
세차게 내리기까지 했다. 어젯밤 늦게까지 내리던
비는 자고나니 그쳤다. 오늘은 맑은 하늘을 보게
되려나 모르겠다. 비는 개었으나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이고 아직도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어서...
아내가 몸이 좀 회복되어서 잠시 절에 다녀왔으면
하였다. 우리집에서 40여분 거리에 있는 오대산
월정사, 이곳에 내려와서 살면서 가끔씩 다녀오는
사찰이다. 우리부부는 불자이기는 하지만 남들과
같이 정기적이거나 시기나 때를 맞춰 절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허락할 때나 요즘처럼 많이
힘들고 지칠때 마음을 비우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명상을 하려고 다녀온다. 어쩌면 이런 우리부부를
부처님께서 좋아하시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비로서 우리를 보듬어 주시리라 믿는 마음이다.
월정사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뵙고 나와서 온김에
아내도 촌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전나무 숲길을
좀 걸을까 했더니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렸고 많이
걷는 것이 아직은 좀 부담스러울 아내를 위해서
다음으로 기약하고 그냥 왔다. 오는 길에 때마침
진부 5일장이라서 잠시 들려 점심먹고 장구경을
하고 집으로 왔다. 모처럼 절에 다녀와서 그런지
아내는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란다.
비도 오고 바깥에서 일도 못하는지라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집안에서 쉬려고 하였더니 좀이 쑤셔
뭘할까 이리저리 살피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잘되었다 싶어 즉시 실행에 옮겼다. 창고에 그냥
방치되어 있는 각종 효소와 담금주를 정리하였다.
걸러야할 것들은 걸러서 새로운 용기나 병에 담아
놓고 먹다가 남은 것들은 알맞은 병에 담아 다시
알아보기 쉽게 이름을 써붙였다. 혼자서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몸이 불편한 아내의 힘을 빌리고
말았다. '말로만 아내 위한다는 남편이라는 소리를
듣게 생겼는걸!'했더니 '이 일은 당신 혼자서 절대
안된다니까!'라며 웃는 아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제수씨도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