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큰밭, 옥수수 씨앗 파종
2026년 5월 2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열엿샛날
아침 기온 영상 6도,
5월이 왔음에도 여전히 아침은 쌀쌀하다.
아침 산책은 겉옷을 두텁게 입어야만 한다.
낮으로는 두터운 옷은 부담스러워 얇은 것으로
갈아입는 두 가지 형태의 복장을 요하는 계절,
분명 봄인데 우리가 느끼는 계절은 두 느낌이다.
머잖아 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겠지?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 팥배나무 밑에서 자라는
삼지구엽초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이 녀석들은
마당 정리를 하며 장독대 뒷쪽으로 옮기고 남은
몇 그루를 옮겨놓은 것인데 많이 번식을 했으며
군락지에 있는 녀석들과 달리 줄기가 올라오고
새잎이 돋고 꽃이 피는 것도 많이 빠르다. 햇볕
영향이겠지 싶다. 세 갈래의 가지에 아홉 개의
잎파리가 나온다 하여 붙여진 재밌는 이름이다.
하트형의 잎도 예쁘지만 미백색 네 개의 꽃잎이
아래로 향해 피는 것이 닻 모양이랄까 날개 펼친
새 모양이랄까? 아주 오묘하고 신기한 꽃이다.
5월의 산골집 꽃밭에는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는
느림보 화초가 있는가 하면 이미 꽃이 지고 없는
날쌘 녀석들도 꽤 있다. 지금은 흰민들레, 돌단풍,
할미꽃이 피어있고 금낭화와 피나물을 비롯한 몇
종류가 꽃망울 터트려 예쁜 꽃을 피우려고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눈에 띄게 변모하는 꽃밭을 보는
즐거움도 함께 봄을 쫓아가는 느낌이랄까? 좋다!
드디어 본격적인 농사 시작, 올해도 큰밭에는 또
옥수수를 심기로 했다. 벌써 3년째, 고추농사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옥수수로 바꿔 심고 있다.
게으른 농부의 궁여지책인데 잘 생각했지 싶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옥수수 팔아 고춧가루를
사먹을 만큼이면 그것으로 만족이고 보람이야!"
라고 했다. 그래서 그 말 그대로 고추농사 보다는
손쉽고 편하게 수월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더 게으른 생각에 멀칭비닐 씌우지 않고
맨땅에 길러보려고 한다.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옥수수 씨앗 파종을 했다. 아마 우리처럼 원시적
방법으로 농사짓는 사람이 있을까? 30cm 간격
유지를 위하여 나뭇가지를 꺾어 자로 잰 다음에
그걸로 구멍을 뚥어가며 씨앗 파종을 했으니...
어찌되었거나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는 옥수수
씨앗 파종을 마쳤다. 작업후 아내를 살살 꼬들겨
진부 바우짬뽕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아내
표현을 빌리면 '철이 덜 난 촌부는 짜장면, 철 든
아내는 해물짬뽕'을 시켜... 이 집은 오래된 우리
부부의 단골집이다.
아내가 쑥버무리라고 해봤는데 그만 쑥찰콩떡이
되었단다. 맵쌀가루라고 착각을 하여 찹쌀가루를
사용했다고... 결과는 오히려 더 잘 되었구나 싶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해야할까?
아님 차선지책(次善之策)이라고 할까?
그게 아니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해야할까?
어쨌거나 찰지고 부드럽고 쫀득쫀득 기가 막히게
맛이 좋은 쑥찰콩떡이었다. 밤중에 떡을 돌리느라
접시를 들고 돌아다녔다. 미국에서 다니러온 처제
친구가 너무 맛있다면서 전화를 했더란다. 아내는
해마다 이맘때 부드러운 햇쑥을 캐고 다소 거칠은
식감의 쑥버무리를 만드는데 올해는 거친 식감이
아닌 찰지고 쫀득쫀득 부드러운 쑥찰콩떡이 되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촌부 생각엔 쑥버무리 보다
훨씬 더 맛이 좋은 떡을 먹은 촌부는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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