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마음을 비우려고 했는데...
오늘은 어제와 사뭇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마치 봄날 따스함에 눈이 녹고 비까지 내려
땅에 스며들어 언땅이 녹아 질척거릴 정도
였는데 오늘은 또다시 칼바람이 세차게 불고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코끝이 찡할 만큼이나
차갑다. 겨울날 뭐 이 정도야 별것도 아닌데
요며칠은 비가 내리고 따스하였기에 추위를
느끼는 것이겠지?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과
함께 하는 날들이 오고 있음이리라.
어제는 비가 내린 뒤라서 땅도 질척거리고
봄날같은 날씨였지만 잔뜩 흐리고 우충하여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장작작업을 조금 더
하려고 하였으나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으니
도리가 없었다. 모처럼 장모님 모시고 나가
맛있는 밥이나 먹을까 생각했더니 막내네가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월정사에 다녀오자고
하여 옳다구나 좋다라며 함께 길을 나섰다.
그렇잖아도 겨울에는 자주 못가는데 날씨가
좋고 길이 미끄럽지않으니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들은 겨울날에도 상관없지만 연로하신
장모님을 모시고 다니기는 조금 무리라서
날씨좋은 날 다녀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절에 가면 늘 마음을 비우려고 가는 것인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일상에서의
이런저런 일들이나 생각을 내려놓고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을 비워야함인데 부처님께
이것 저것 이렇게 해주십사 저렇게 해주십사
빌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늘 마음속으로 글로 표현할 때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왜 그럴까? 멀어도 한참
멀었다. 더 정진하며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해야겠구나 싶다. 오는 길에 진부에 들려서
모처럼 장모님을 비롯한 산골식구들이 모두
함께 맛있게 외식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그나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가피가 가득하길 축원하네
밤이 깊으면 날이 밝음이요
겨울이 깊어감은 새봄이 가깝다는 거지
강원의 겨울은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