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장 큰 겨울채비, 김장 끝~
시절이 좋은 것인지 시대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주부들 참으로 편한 것 같다.
김장담그기를 예로 들어보면, 옛부터 겨울이 올 무렵 김장하는 일은 집안의 큰 행사였고
일년농사의 마무리였다. 밭에 나가 배추와 무우를 뽑아다 배추는 소금으로 푹 절여서 뒤집고
씻고 물기를 빼고 무우와 파, 갓을 비롯한 채소는 채를 썰어 김치소를 만들어 고춧가루에
잘 버무려 놓는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잘 절여진 배춧잎 사이사이에
준비한 김치소를 넣는다. 그리고 쌈을 싸서 맛을 보기도 하고 김장이 끝나고 나면 수육을
삶아 배추쌈과 함께 맛있게 먹곤하였다. 시골에서는 아예 동네잔치처럼 즐거운 하루가
되곤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아름다운(?) 우리고유의 김장문화가 변해가고 있다.
배추는 산지에서 절임배추로 배달되어 오기도 하며, 아예 김치공장에다 입맛대로 갖은
김치를 주문하여 먹기도 한다. 간편한 것은 좋을지 모르지만 우리고유의 좋은 풍습이
변해감이 아쉽다고나 할까?
올해는 김장담그는 일을 도와주지 못했다. 아내가 장모님과 함께 담갔다. 다른해에 비해 다소
적은 양이지만 어찌나 배추가 실하고 좋은지 모른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TV광고에 나오는 배추같네."라고 하였다. 워낙 김치를 좋아하여
김치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힘들게 고생을 하면서도 김장은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나 뭐라나?
그런데 도와주지 못해 조금 미안하다. 겨우 도와준 것은 마을아우네 밭에 내려가서 배추를
가져오는 일과 절일때 조금 도와준 것뿐이다. 밖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왔더니 고생하신
장모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였다. 고기를 구워 아주 노란 고갱이에 김치소를 넣고 쌈을 싸서
소주한잔을 기우렸다. 이런 맛에 김장을 자기집만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이 아닐까? 두식구가
먹을 것인데 꽤나 양이 많다. 아마 내년 이맘때까지 김장김치를 이용한 별의별 음식을 다 해먹을
것을 생각하니 뿌듯하다. 이제 집수리도 끝나가고 김장도 하였으니 모진 추위의 겨울이 와도 걱정없다.
시나브로 장작만 조금 더 마련하면 겨울채비는 끝이다. 김장하느라 힘들었던지 산골아낙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수고했네. 이 사람아!"라고 해도 쿨쿨쿨...
●어제 저녁무렵 느닷없이 한바탕 비가 쏟아져 몇잎 남지도 않은 나뭇잎을 떨궈 버렸다.
온통 노랗게 변해버린 주차장, 낙엽송 잎파리가 만든 작품이다. 두고보며 감상하는 것은 좋다.
눈이 내리기전까지는 두고 보다가 쓸어야 하는데 저 많은 것을 그냥 쓸어 버리려고 하니까 옛날
생각이 난다. 옛날에는 나뭇잎을 긁어다 땔감으로 사용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