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노란 눈이 내린듯...
11월 14일, 음력 시월 열여드렛날
올해는 추위가 여느 해에 비해 조금 늦구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 오후에 우리 고장 평창 산간에는
강풍주의보에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저녁무렵에
내린다던 예보와는 달리 점심무렵이 조금 지날때쯤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씨예보를 검색했더니
기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면
집으로 올라오는 진입로 길바닥이 십중팔구 얼어붙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랜 경험으로 봐서...
산골에 살다보니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하는 온갖 일을
다 겪으며 사는 산골 부부이다. 산중턱 마지막 집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은 이미 19년을 살아오면서
늘 실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느닷없는 날씨의 변화,
자연 현상은 우리가 거역할 수 없고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힘이 들어도 순응하는 수밖에...
밖에서 일을 하다가 한가한 틈을 타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와 진입로의 까만 아스콘 바닥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낙엽송 잎파리가 떨어져 노랗게 쌓인 낙엽을
쓸기 시작했다. 아내는 비도 내리는데 무슨 고생을 다
하느냐며 걱정을 했다. 그렇잖아도 요즘 겨울 채비를
하느라 힘들어 하는 아내라서 이 일 만큼은 촌부 혼자
할 작정으로 빗자루를 들고 길바닥을 쓸고 있었는데
돕겠다며 내려왔다. 그렇게 둘이서 우의를 입고 한참
쓸었다. 그래도 낙엽송 잎파리는 눈이 내리듯이 자꾸
떨어지고 있었지만 기왕에 쌓인 것은 모두 다 치웠다.
자동차가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두어도
운치가 있어 보기에는 참 좋겠지만 보는 즐거움보다는
편리함이 우선이라 쓸고 치우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
단풍진 낙엽송 잎파리를 쓸면서 떠오른 생각...
봄날
연두색 새잎이
볼록볼록 나올 무렵에는
생명이 샘솟는듯 싱그러움이고
여름날
녹색 잎파리가
녹음으로 짙어졌을 때는
젊음을 상징하듯 푸르름이며
가을날
황금색 단풍으로
노랗게 물들었을 때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는듯 한데
겨울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는
꺽다리 낙엽송이 쓸쓸해 보일듯...
이제 계절은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저녁엔 겨울을 재촉하는 비바람이 엄청 거세게
몰아쳤다. 지금 일기를 쓰고있는 이 시간은 동이 트기
전이라 캄캄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어젯밤의
비바람에 나무에 남아있던 낙엽송 잎파리가 거의 다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6도
까지 곤두박질을 하여 꽤나 춥다. 혹시나 진입로 위에
떨어진 낙엽송 잎파리는 간밤에 내린 빗물과 뒤섞여
얼어붙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이맘때 한번은
꼭 겪고 넘어가야만 겨울이 시작되는 산골이다.
어제 저녁에는 아무래도 비내리는 날씨가 심상찮아
자동차를 아랫쪽에 두고 비탈진 길을 걸어 올라왔다.
강풍주의보와 한파경보가 내려져 혹시나 싶어서...
빗길에 우산을 쓰고 헉헉거리며 올라와 보니 저만치
우리집 지붕위 난로 연통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겹게 보였다.
전날 연통 청소를 해놓았더니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아내가 난로에 장작불을 지핀 것 같았다. 집안에 들어
왔더니 훈훈함이 너무 좋았다. 스산한 날씨에 비까지
내려 굽굽하여 난롯불을 지폈다는 아내는 야식으로
군고구마를 구웠다. 난롯불에 구운 군고구마는 추운
겨울밤의 야식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어느새 계절은
군고구마를 구워먹는 겨울로 들어서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