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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103_3.jpg : 촌부의 단상-콩수확을 했더니...IMG_20191103_2.jpg : 촌부의 단상-콩수확을 했더니...IMG_20191103_1.jpg : 촌부의 단상-콩수확을 했더니...[촌부의 단상]
콩수확을 했더니...

11월 3일, 음력 시월 초이렛날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큰밭 끝쪽에 있는 콩밭으로 나갔다.
아내는 넘어지지 말라고 묶어둔 끈을 잘라 풀기위해
가위와 비닐봉지를 들고, 촌부는 콩대를 베고 나르기
위해 낫을 들고 손수레를 밀고 부푼 마음으로 나갔다.
조금 심어놓은 두 종류 콩, 쥐눈이콩과 메주콩 수확을
하러 나선 것이다. 그동안 다른 일에 밀려 때를 놓쳐
지금에서야 수확을 하게 된 것이다. 수확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그 양이 얼마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꽤
많은 면적에 콩을 심었지만 콩농사를 망쳐서 한 톨도
수확을 못한 것에 비하면 올해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비록 양은 많지않지만 이렇게 수확을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지난 봄날 씨앗을 넣고 고라니가 콩싹을 뜯어
먹을까봐서 밭가에 그물망을 치면서 콩을 길러봐야
심은 양이 적어 그물망 치는 인건비도 안될 것이라며
아내와 웃기도 했었다. 우리 부부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왕에 있는 밭을 놀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고추를 비롯한 이런저런 농작물 심고 남은 자투리에
심은 콩이라서 많은 수확을 하리라는 기대는 에전에
하지를 않았다. 그런데 어디 사람의 마음이 그런가?
동가홍상(同價紅裳) 기왕이면 다홍치마요, 다다익선
(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않겠는가? 수확을
할 무렵이 되니까 은근히 욕심이 생겨나 많은 수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욕심쟁이 촌부...
애초에 콩수확을 하면 메주콩은 청국장이나 띄워서
먹고, 쥐눈이콩은 갈아서 콩국수나 해먹자고 하면서
조금 심은 것인데 자꾸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으니
촌부의 욕심을 어이 할꼬?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이제 수확한 콩은 잘 말려서 콩타작을 해야만 비로소
콩수확이 마무리가 된다. 아니다! 콩타작을 한 후에
티가 섞인 콩은 키질을 해야 끝이 나는구나. 그런데
아내는 키질이 서툰데 어쩌나? 키질은 장모님께서
잘 하셨는데 연로하셔서 결국 아내의 몫인데 아내의
서툰 솜씨로 잘 하려나 모르겠네. 벌써 아내의 키질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ㅎ

아내가 노끈을 풀고 지지대를 뽑으면 촌부는 낫으로
콩대를 베어서 손수레에 가져다 실었다. 그 다음에는
가득 콩대를 싣고 카페까지 손수레로 날랐다. 그 사이
아내가 콩대를 베어보려고 낫질을 해봤더니 베어지지
않고 콩대가 뿌리째 뽑히더라며 웃었다. 아마 촌부의
낫질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봤던 아내가 낫질을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말에 "이 사람아! 낫질은
아무나 하나?ㅎ 이거 봐라! 이렇게 하는 기다."라면서
잘난척을 하며 낫질을 했더니, "어라? 영감탱이는 잘
하는데 나는 왜 안되는거야?ㅎ"라고 하여 또 한바탕
웃었다. 그래! 콩 수확량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고
이렇게 아내와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며 웃을 수가
있음이 더 좋은 것이며, 이런 것이 산골살이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며 행복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실상 밭에서 거둘 수있는 가을걷이는 모두 다
끝났다. 큰밭에 몇 포기 남아있는 배추는 조금 있다가
뽑아다 쌈이나 국거리로 쓸 것이고, 작은밭에 서있는
대파는 오늘 오후 모두 뽑아서 내일 아버님 11주기
기제사를 모시러 인천 용화선원에 가는 김에 식당을
하는 막내 아우네에 가져다 줄 생각이다. 이제 남은
일은 밭을 비우는 밭설거지를 하면 올해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일 저 일
산재하였던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가 되어 뿌듯하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산골살이의 일들은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많고 많다. 특히 가을이 끝나갈 이 무렵엔
더욱 더 그렇다. 이런 것도 산골살이하는 촌부에게, 
산골 아낙에게 주어진 숙제려니 하며 힘들다는 마음
보다도 그 힘든 것 마저도 즐긴다는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정리되는 뿌듯함을 맛보면서 말이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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