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채소 무우, 청갓 수확
10월 30일, 음력 시월 초사흗날
어제 날씨예보에 올가을 들어 두 번째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오늘 이른 아침은 수은주가 꽤나
곤두박질을 하여 영하 3도까지 뚝 떨어진 기온에다
서리까지 하얗게 내려 지붕을 덮어 꽤 춥게 시작한다.
어제 저녁무렵 가을채소 무우와 청갓 수확을 참으로
잘했구나 싶고 다행이구나 싶다. 이제 산골의 날씨는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해 줄행랑을 친다고 해야할까?
올해는 조금 늦은 편이지만 입김이 날 정도의 추위가
우리곁에 성큼 다가왔다. 하기사 우리가 이곳에 이사
오던 19년전 그해의 이맘때는 영하의 기온에 하얗게
눈이 잔뜩 내려 쌓여있어 놀라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비해 요즘은 기온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추위도
덜하며, 첫눈이 내리는 시기도 늦고 눈이 내리는 양도
훨씬 적다. 지구온난화의 현상이긴 할테지만 서민의
입장에서는 겨울이 따스하고 눈이 적게 내리면 좋은
것이다. 겨울이 여느 고장보다도 긴 산골의 올겨울은
과연 어떨것인지 모르겠다.
한파주의보가 내려 추워질 것이라는 예보에 부랴부랴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가서 무우를 뽑고 청갓도 뽑았다.
애써서 기른 가을채소를 영하의 기온에 얼리게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추위에 꽤 약한 무우와 청갓을
걷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실패했던 가을채소들이지만
올해는 잘 되었다. 무우는 아주 알맞은 크기로 뿌리가
들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뿌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무청도 아주 싱싱하고 튼실하게 잘 자랐다. 얼마전에
막내네가 김장하러 왔을때 무우를 조금 뽑아 김장에
썼는데 무우맛이 아주 좋다고 하였다. 아내도 뽑아서
무우생채를 했었는데 맛이 좋긴 했었다. 이렇게 맛이
좋은 무우를 날씨 때문에 얼어 바람이 들면 맛을 버릴
뿐만 아니라 김장에도 지장을 주게 되어 뽑아 현관에
두었다. 김장을 언제 할 것인지를 아내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 입동이 다음달 8일이니 아무래도 그 이전에
김장을 하지않을까 싶다. 우리고장 봉평은 입동날을
제외한 전.후에 모두 김장을 하는 풍습이 있으니까...
청갓도 다 뽑아 대충 손질을 하여 집안으로 들여왔다.
지금껏 몇 해를 심어왔지만 올해가 청갓농사를 가장
잘 지었다. 어느해는 씨앗을 너무 많이 뿌려 안되었고
또 어느해는 흩뿌리기를 하여도 잘 자라지 않았었다.
아님 밭의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큰밭에 줄뿌리기로 조금 씨앗을 뿌려
살펴보았는데 바로 그게 맞는 것인지 아주 잘 자라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올해는 너무 웃자라서 쫑대까지
나온 것이 있다며 내년부터는 심는 시기를 조금 늦춰
심어야 할 것 같다며 청갓을 다듬으며 아내가 말했다.
우리가 이제 청갓도 길러 충분히 자급자족을 함이라
너무나 흐믓하다면서...
밭에서 무우를 다 뽑아 뿌리는 잘라 현관에 들여놓고
무청은 잘 손질을 하여 바베큐장에 밧줄을 묶어 미리
준비해놓은 곳에 하나하나 줄에 걸쳐놓았다. 지금껏
해마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시래기를 말려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청을 두 줄로 엮어서 대롱대롱
매달아서 말렸지만 그런 방법보다 밧줄에 하나씩을
걸쳐놓고 말리는 것이 더 깔끔하게 잘 마른 것이었다.
다 마른 후에도 갈무리 하기도 수월하여 몇 해 전부터
이런 방법으로 시래기를 말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린 시래기는 두고두고 온갖 반찬으로 식탁에 올라
겨우내 모자라는 비타민을 보충해줄 것이다. 시래기
말리는 정경도 꽤 정겹게 보인다. 오며가며 쳐다보게
될 것이고 흐믓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