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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104_6.jpg : 촌부의 단상-11월의 가을, 아버님 11주기 기제사 날에...IMG_20191104_5.jpg : 촌부의 단상-11월의 가을, 아버님 11주기 기제사 날에...IMG_20191104_4.jpg : 촌부의 단상-11월의 가을, 아버님 11주기 기제사 날에...[촌부의 단상]
11월의 가을날, 아버님 11주기 기제사 날에...

11월 4일, 음력 시월 초여드렛날

11월이 시작된 지금을 가을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빠른 느낌이다.
절기상의 입동(立冬)이 나흘후에 들지만 산골은 이미
영하의 기온에 첫 얼음이 얼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 아직 뒷산에는 단풍으로 물들어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만산만홍이다. 그러니 가을이
아직 머문 듯도 하고, 날씨가 차가워지고 있으니 성큼
겨울이 문턱을 넘은 듯도 하다는 것이다. 이맘때의 이
시기가 바로 두 계절이 밀당을 하며 공존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산골의 11월은
가을과 겨울이 만나고 헤어지는 달이라고 해야겠지?
꺽다리 낙엽송이 유난히 많은 이 산골은 이제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이 낙엽송의 잎파리가 다 떨어지고
나면 풍요롭고 풍성하여 좋았던 계절, 가을은 짓궂은
겨울의 심술에 등떠밀려 저만치 줄행랑을 치게 된다.

바로 이런 계절에 내 아버지는 홀연히 우리곁을 떠나
먼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느새 11년이란 세월이 흐른
오늘, 아버지 11주기 기제사(忌祭祀)를 모시러 멀리
인천 용화선원으로 가려고 한다. 그곳의 절에 위패를
모셔두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자연으로 보내
드려서 산소도 없고, 그렇다고 납골도 하지를 않았다.
그래서 가끔 아버지 생각이 나면 자연으로 보내드린
그곳이 촌부의 오솔길이기에 터벅터벅 걷기도 한다.
그 당시 작은 아버지들은 물론 고모님들까지 산소도
없이 무슨 자연장을 지내냐며 촌부를 불효자식이라고
하며 노발대발 하셨다. 그렇지만 아버지 살아 생전의
마지막 유지(遺旨)를 거스르는 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촌부의 뜻을 굽히지않고 자연장으로
모셨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당시 어르신들의
의견도 이해는 간다. 가끔씩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나면 산소도 없고 모셔둔 납골당에 모시지도 않아서
두 분의 흔적이 전혀 없으니 그저 자연으로 보내드린
오솔길에서 두 분을 추억하곤 한다. 

집안 어르신들이 노발대발 하는 건 그뿐만이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 기제사를 집에서 모시지않고 위패를
모셔둔 절에서 종교식으로 모신다고 하여서 또다시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만
함께 모여서 불교식으로 기제사를 모시고 있다. 사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집에서 전통방식으로
기제사를 모셨지만 어머니를 자연으로 보내드리고 난
그날 우리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견 개진을 했다.
이후 부모님 기제사는 위패를 모셔둔 절에서 모시면
어떻겠냐고... 아우들은 장남인 촌부의 뜻에 모두 잘
따라주었고 그 뒤로는 지금과 같이 절에서 기제사를
모시고 있다. 사실 이 촌부는 남달리 아주 보수적이고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아주, 엄청, 상당히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시대적인 흐름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전통방식으로 기제사를 모시다가 보니
먹고 살아가기에 바쁜 세상이라서 그렇고 또 장남인
촌부가 멀리 산골에 살고있어 참석을 못하는 아우도
있었다. 어느해 아버지 기제사 날에는 아무도 참석을
못하여 아내와 둘이서 기제사를 모시면서 이래저래
섭섭하고 서운하여 둘이 울기도 했다. 제사의 의미가
무엇인가?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기 위해 온가족들이
다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전통방식으로
제사를 모시는 것이 좋지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늦은
밤에 제사를 모시고 나서 다음날 일을 해야하는지라
먼길, 밤길을 자동차로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그렇다면 모두 모일 수가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바로
지금의 이 방식이다. 다행히 아우들이 자영업을 하고
있어 별다른 무리가 없다. 때론 하는 어쩔 수가 없어
참석못하는 아우도 있다.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니까.
남들이 뭐라고 그러던지 말던지 우린 우리 방식으로
부모님 기제사를 모시고 있다.

아내가 아버지 기제사 모시러 가서 식당을 운영하는
막내 아우에게 준다며 밭에서 대파를 잔뜩 뽑아 아주
깔끔하게 손질까지 해놓았다. 전화를 하여 오이지도
있는데 갖다줄까냐고 했더니 막내 아우가 하는 말이
걸작이라며 아내가 웃었다. "언니! 그런거는 묻지를
않고 그냥 갖다주어도 만사 오케이, 땡큐유!"라고...
이제 아내는 양가의 친정 엄마 역할까지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없는 살림이지만 늘 아우들을
챙기고 또 챙기려는 마음을 가진 아내가 너무 고맙다.
아내는 막내 아우네에게 준다며 대파, 무우, 알배추와
오이지, 고춧가루까지 조금씩 한 박스에 담아놓았다.
비록  우리가 밭에서 손수 기른 것들 뿐이지만...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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