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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106_6.jpg : 촌부의 단상-마른 꽃대를 자르며...IMG_20191106_4.jpg : 촌부의 단상-마른 꽃대를 자르며...IMG_20191106_3.jpg : 촌부의 단상-마른 꽃대를 자르며...IMG_20191106_2.jpg : 촌부의 단상-마른 꽃대를 자르며...IMG_20191106_1.jpg : 촌부의 단상-마른 꽃대를 자르며...[촌부의 단상]
마른 꽃대를 자르며...

11월 6일, 음력 시월 열흘날

이제 아침마다 영하의 기온에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이 산골의 모든 식물들은
또 한 차례 생의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한 동면에 들 시기가 되었다. 지나간 초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야생초들은 새싹부터 시작하여
잎과 줄기가 자라나고 또 덩굴을 뻗기도 하며 저마다
개성있고 특색있는 예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씨앗을
씨방에 보듬고 여물며 번식을 위한 꿈을 기른 것이다.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이 야생초들은 그동안 촌부와
산골 아낙을 위하여 차례대로 꽃을 피워서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이 시기에는 녀석들의 동면을 위해 우리가
봉사(?)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생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를 할
무렵에는 다소 너저분한 모습으로 때론 보기가 흉할
만큼 추한 듯한 모습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 것은 이 촌부만이 가지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식물들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연두색, 녹색의 푸르름으로 꽃을 피울 때는 예쁘다는
생각으로 보고 또 보며 좋아라 했었다. 가을이 오면서
조금씩 잎이 마르고 줄기에 물기가 빠지고 마르면서
마지막으로 씨앗을 남겨 번식을 도모하려는 혼신의
힘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씨방의 씨앗이 모두 여물어
씨방이 터져 사방으로 흩어져 나가고, 또 홀씨가 되어
어미 품을 떠나 바람에 날아가고 나면 그 식물은 생의
한 사이클을 마감하게 된다. 이런 식물의 생은 우리네
사람들과는 다르게 동면을 한 후 내년 봄이면 또다시
싹이 나오는 것이라서 다른 것 같지만 한 사이클만을
놓고 볼 때는 우리네 일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서식하는 야생초들은 그 누가 꽃대를 잘라
주지를 않아도 스스로 그 자리에서 사그라져 거름이
된다. 하지만 화초라고 여기며 기르는 촌부네 앞뜨락
수많은 야생초들은 해마다 이맘때 마른 꽃대를 잘라
준다. 그냥 두어도 아무 상관이 없이 내년 봄에 다시
새싹이 나오겠지만 명색이 화초라고 여기며 기르는
뜨락이라서 그렇고, 너저분함이 보기싫어 힘을 들여
가며 마른 꽃대를 잘라주고 있는 것이다. 일을 편하게
할 생각으로 예초기를 들이대 보았지만 워낙 커다란
꽃대라서 그렇고 중간중간 돌로 장식을 해놓아 다소
예초기로 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다소 힘은
들었지만 낫으로 베어내는 것이 좋겠구나 싶어 낫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마른 꽃대를 모두 잘라주었다.
사실 아내는 앞뜨락에 야생초를 자연스럽게 기르는
것을 촌부처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촌부가 좋아
하니 어쩔 수가 없어 함께 하는 것이다. 마른 꽃대를
모두 잘라내어 깔끔해진 뜨락을 보며 아내가 그동안
많이 참았다는 듯이 "아이고~ 이렇게 말끔한 것을...
속이 다 시원하네! 좀 깔끔하게 하고 살면 안되나?"
라고 하여 괜시리 혼자 청승을 떠는 것처럼 여겨졌고
미안한 생각마저 들어 내년에는 생각을 좀 바꿔볼까
싶기도 하다. 그 마음, 그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마른 꽃대를 잘라 치우지도 않고 잔뜩 쌓아둔 상태로
아내와 함께 외출을 했다. 그동안 마음이 복잡하다며
절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마음도 추스리고, 그간 많이
바빠게 지냈으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면서 산사에서
한적함을 좀 즐기면 어떻겠냐는 아내의 간곡한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일을 하느라 점심 때가 한참 지난
것도 몰랐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고가자며 들린 곳이
의외의 맛집이었다. 19년 세월 동안 수없이 이곳을
지나다녔는데 이곳에 이런 맛집이 있는 줄을 몰랐다.
아무 생각없이 아내가 칼국수나 한 그릇 먹고가자며
들린 집인데 바로 그 집이 옛날 청와대에서 조리장을
하며 3대 대통령(노태우, 김영상, 김대중 대통령)에게
국수를 조리하여 주었던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란다.
칼국수 맛이 다른 집에서는 맛보기 쉽잖고 보기드문
아주 깔끔한 맛이었다. 모듬 만두도 시켰는데 아내의
입맛에 딱이란다. 아내는 모처럼 우리 입맛에 딱 맞는
맛집을 찾았다며 다음부터 진부에 나오거나 월정사에
갈 때는 이 집에서 먹자며 싱글벙글 좋아라 했다.

그렇게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오대산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를 다녀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그
길은 도보로 가면 이름난 트레킹 코스 선재길이지만
우리는 예전에 걸어보았고 늦은 오후라 시간이 없어
자동차를 타고 올라갔다. 이 길은 드라이브를 하는 것
또한 사시사철 정겹고 멋진 길이다. 이미 단풍은 모두
지고 없었지만 한적한 비포장 산길을 천천히 달리는
것 또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겐 하나의 자그마한
여유로움이었다. 상원사 대웅전에 들어가서 부처님을
뵙고 절을 올린 다음 무릎꿇고 두 손 모아 합장을 하며
반야심경을 암송하고 나왔는데 그새 아내의 눈가에는
촉촉히 눈물로 젖어있었다. "이 사람 또 처남 생각을
했구나! 모레가 처남 떠난지 49일째 되는 날인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Atachment
첨부 '5'
  • 허익범 2019.11.06 10:32

    청와삼대 평창진부점에 가셨구만.  전국에 엄청 많은 체인이 있어....  호젓한 산사 단풍 가득한 흙길을 두분이 드라이브하는 마음 그 대로가 선경이네......

  • 뽀식이 2019.11.07 01:13
    친구!
    아하~ 체인점인가?
    이놈 촌부는 체인점인 줄을 몰랐네 그려~ㅎㅎ
    국수와 만두가 깔끔하고 맛은 있더구만!
    가까운 곳에 이름난 산과 흙길과 고찰이 있어
    드라이브를 하는 호사를 누린다네. 남들은 큰맘
    먹어야 오는 곳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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