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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519_7.jpg : 촌부의 단상-팥배나무에서 꽃눈이 내리던 날에...IMG_20190519_6.jpg : 촌부의 단상-팥배나무에서 꽃눈이 내리던 날에...IMG_20190519_5.jpg : 촌부의 단상-팥배나무에서 꽃눈이 내리던 날에...IMG_20190519_4.jpg : 촌부의 단상-팥배나무에서 꽃눈이 내리던 날에...[촌부의 단상]
팥배나무에서 꽃눈이 내리던 날에...

5월 19일, 음력 사월 열닷새 보름날
어제는 몇 차례 소나기가 오락가락하여 비가 오기를
바랬으나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 비소식이
오늘 있다는 예보가 반갑다. 아침 기온은 영상 11도,
이제 더 이상 아침으로 서리는 내리않겠지? 이틀간
밭에 모종을 내다 심었고 오늘쯤 마지막으로 고추를
심을 예정이다. 한 2~3일쯤 더 기다릴까 하였지만
비소식이 있어 심으려고 하는 것이라서 날씨가 은근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해 5월 20일쯤
찬서리가 내려 마을 농부님들이 심었던 고추모종이
얼어 다시 심는 사태가 발생하여 고추모종 파동이
나기도 했었기에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것이다.

팥배나무에서 꽃눈이 내려 흩날리고 있다.
순백의 하얀 꽃이 만발하여 마음을 설레이게 하더니
이제는 갈 때가 되었다며 살짝 부는 바람에도 꽃잎이
떨어져 꽃눈이 되어 흩날리고 있다. 이 꽃눈을  한번
맞아볼까 하고 팥배나무 밑을 어슬렁거리며 걸었다.
참 기분이 묘하다. 만발한 꽃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너무 멋지고 예쁜 모습이라 감탄을 했었는데 이제는
한잎한잎 꽃눈되어 떨어지더니 땅바닥에서 뒹군다.
과연 이 모습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떨어진 꽃잎이라도 예쁘긴 하지만 예쁘다 할 수 없고
명을 다한 꽃잎이라 하여 안스럽다고 하기도 그러네.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이든 식물이든 떠남은 슬픔으로,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느낌이 아닐까?
팥배나무 꽃잎이 꽃눈되어 내리더니 땅바닥을 하얗게
덮은 우리의 작은 오솔길을 쓸지않고 걷다보니 문득 
素月 시인님의 詩 '진달래꽃'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이럴땐 이런 싯귀가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어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며
산골살이를 하는 것은 아무나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을 남들은 못해보는 나만의 만족이구나
싶기도 하다. 행복이란 것은 결코 멀리 있는 것 아닐터
이렇게 내가 자연현상을 체험하면서 그 체험에서 오는
느낌에 내가 만족하면 바로 그것이 소소한 행복이겠지?

또 하나, 나만의 아니 아내와 함께하니 우리들 만족...
요즘 시나브로 집앞, 옆, 뒷쪽의 뜨락을 단장을 하고
있다. 뭐 단장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나름 편리하고
깔끔하고 보기좋으면 되는 것이라서 뜨락을 통행하는
작은 오솔길 양옆에 스키 폴대를 재활용해 지지대로
박아놓고 새끼줄처럼 비닐로 엮은 줄을 매어 놓았다.
지금은 괜찮지만 머잖아 여름이 되면 야생초가 자라
비바람에 자빠지거나 걷다보면 고이 기르는 야생초를
밟을 수도 있다. 우리는 조심을 한다고 하지만 가끔씩
집에 오시는 분들은 그저 들풀이 쓰러진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여 무심코 밟게 된다. 또한 비가
내리면 바지가랑이를 적시게 되는 것도 미리 예방을
할 수도 있고, 더덕이나 으아리와 같은 넝쿨식물들은
마땅히 넝쿨이 감고 올라갈 것이 없어 아무 식물이나
감고 올라가는 것을 이 지지대와 매어준 비닐끈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끈을 매어준 것이 불과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더덕 넝쿨이 자라 그 끈을 휘감기
시작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더덕꽃이 피어 초롱처럼
초롱초롱 매달리게 될 것이고, 하얀 으아리꽃이 피면
별이 반짝이듯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이다. 틈만 나면
아내와 촌부는 우리가 단장한 이 자그마한 오솔길을
거닐며 야생화들을 흥미롭게 관찰하게 될 것이다.

텃밭농사 이야기
봄가뭄이 계속되어 걱정을 했었는데 반갑게 비소식이
있어 준비해놓은 모종을 큰밭에 심기로 했다. 고추를
제외한 모든 모종을 아내와 함께 어둑어둑할 때까지
모두 심었다. 호박 3종, 방울토마토 3종, 가지, 양배추,
조선오이, 브로콜리, 수박, 참외, 청양고추, 꽈리고추,
아삭이고추로 밭을 채웠다. 이제 남은 것은 고추 모종
4판을 심어야 하고, 호랑이무늬 줄콩 씨앗을 넣으면
된다. 고추를 심은 후 밭이 남으면 쥐눈이콩, 메주콩
씨앗을 조금씩 넣을까 싶다. 지난해 콩농사를 망쳐서
올해는 콩 대신에 고추모종을 두 배로 늘렸다. 고추는
빨간고추를 따서 태양초로 말려 고춧가루를 자급자족
하려는 아내의 의지와 결심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오늘 비소식이 있었지만 모종을 심을 때는 물을 듬뿍
주는 것이 활착에 도움이 되기에 어제 드디어 밭까지
닿는 호스를 꺼내 연결을 하여 모종에 물을 주었다. 
모종을 심으면서, 물을 주면서 아내가 중얼중얼 거려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싶어 옆에 다가가  들어봤더니,
"애들아!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잘 보살펴줄께!"라고
모종들과 이야기를 하듯이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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