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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514_8.jpg : 촌부의 단상-이러고 싶지는 않지만...IMG_20190514_7.jpg : 촌부의 단상-이러고 싶지는 않지만...IMG_20190514_6.jpg : 촌부의 단상-이러고 싶지는 않지만...[촌부의 단상]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5월 15일, 음력 사월 열하룻날
어제 한낮에는 거의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였다.
더위를 느낄 정도였는데 오늘 아침은 영상 6도이고
옅은 안개가 끼었다. 오늘도 한낮은 햇볕이 좋고 좀
더울 듯하다. 어제도 그랬듯이 일교차가 꽤나 심할
것 같다. 한낮의 기온이 28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이른 아침 고라니 녀석들의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어젯밤에도 그랬고 오늘 아침에도 들리는 저 소리, 
생긴 모습과는 달리 꽤 거칠고 탁한 고라니 울부짖는
울음 소리는 정말 듣기가 거북스럽다. 무엇이 저리도
서러워 울부짖는 것일까? 아님 먹이를 찾아 헤매며
우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짝을 찾느라 우는 것인가?

이제 슬슬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
해야할 때가 되었다. 마을 아우가 밭갈이와 로타리를
쳐주었고, 아내와 둘이서 멀칭도 해놓았고, 밭을 채울
모종 준비도 시나브로 하고 있다. 며칠전 마을 형님댁
형수님께서 아삭아삭 식감이 좋은 상추 모종 한 판과
메리골드 꽃모종 한 판을 주시며 며칠 후에 다시 오면
몇 종류를 더 주시기로 하셨고, 이웃집 반장님댁에는
고추모종 72개들이 4판을 부탁해놓았다. 참, 함께 일
하는 분께서 대파 모종을 꽤 많이 주셨구나. 어제 잠시
아내와 함께 평창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때마침 대화
5일장날이라 정겨운 시골장 구경도 할겸 돌아보다가
모종을 종류별로 조금씩 사왔다. 오이, 노각, 호박2종,
방울토마토 2종, 브로콜리, 참외, 수박 2종, 양배추,
가지... 아직은 심을 시기가  좀 이르지만 장날에 맞춰
나가기가 쉽지는 않아도 다음 봉평 5일장날에 나가서
몇 종류를 더 사와야겠다.

해마다 해야하는 일, '꼭 이렇게 해야하나?'라고 하며
또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라고 중얼거리며 하는 일,
그 일을 아내와 함께했다. 바로 야생동물 출몰에 대비,
밭가에 빙 둘러 그물망을 치는 일이다. 한동안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불과 몇 년 전부터는 이런 일을 하게
되었다. 고라니, 멧돼지의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다. 생태계 천적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한다.
자연보호, 동물보호를 위해 포획은 불법이란다. 하긴
이 촌부더러 잡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그 무시무시한
멧돼지, 순한 듯한 모습의 고라니를 잡을 용기는 커녕
그럴 마음은 전혀 없다. 녀석들이 산에 먹을 것이 있을
텐데 왜 민가 주변까지 내려오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모든 것의 원인 제공은 우리네 사람들이 자초한
것이라 그 댓가가 지금 화(禍)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그 화(禍)를 왜 애매한 농부님들이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산과 인접한 곳은
어쩔 수없이 그물망, 철조망, 충격용 전기선까지 온갖
대비책이 다 동원된다. 우리도 몇 해 전 피해 본 적이
있어 그물망을 치고 있다. 콩 싹을 고라니가 잘라먹고
배추 모종을 심은 연한 배추잎을 싹뚝 잘라 먹었으며,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는 멧돼지들 때문에 아예 심을
생각도 못한다. 그러니 애써 농사를 지은 걸 속수무책
야생동물에게 내줄 수는 없으니까 별별 방법들이 다
동원되는 것이다. 우리 밭은 자그마한 텃밭 수준이라
큰 일은 아니지만 농사를 업으로 하시는 농부님들은
그 넓은 밭에 그물망을 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시간은 물론이고 비용 또한 만만찮을 것이며 힘은 또
얼마나 들겠는가? 점점 농사를 짓기가 힘들어진다

아내와 함께 지난해 걷어서 보관해 두었던 그물망과
지지대를 꺼내 밭가를 돌며 지지대를 망치로 박으며
그물망도 함께 쳤다. 단순한 일이고 간단해 보이지만
꼼꼼하게 해야한다. 꽤 높은 지지대를 무거운 망치로
내리쳐 땅에 박아야하는 일은 촌부 몫이고, 그물망을
지지대에 고정을 시키는 일은 아내의 몫인데 길이가
적잖으니까 꽤 힘이 드는 일이다. 5월 중순 한낮의
기온은 마치 초여름 수준이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였다. 그렇게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는 또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일이 끝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 자연에서 이렇게 까지 하면서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싶어 씁쓸한 느낌이다. 이 자연,
이 산골에서 온갖 동물이나 새들과 식물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것일텐데
이렇게 테두리를 치고 있으니 원... 이런 일도 생존을
위한 방책이라고 해야하나?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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