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지렁이처럼 생긴 저게 뭐야?
5월 9일, 음력 초닷새날
아침 기온이 영상 5도로 시작한다. 한 이틀 계속된
5월 초순의 한파는 사라진 듯하다.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 닷새에서 열흘 사이에는 멀칭 해놓은 밭에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야 한다. 무엇을 심을지,
얼마나 심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있으니 원...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영주에서 막내네가 산골집에
왔다. 어버이날이라고 장모님을 뵈러 온 것이다.
장모님을 모시고 나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왔다.
반가운 마음에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병 마셨더니
기분이 좋았다. 그 핑계로 오늘 아침 산행은 하지를
않고 단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더덕 새순들이
사방에 흙을 비집고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더덕 새순을 보다가 문득 옛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 이맘때 펜션에 오셨던 손님 중에 어린아이와
엄마가 나누는 이야기를 지나다가 우연히 엿들었다.
"엄마! 지렁이처럼 생긴 저게 뭐야?"
"어떤 걸 보고 그러는거야?"
"이거, 이거 말이야!"
"어~ 그거 풀이야! 새로 나오는 풀 새싹이야!"
멀찌감치에서 보니 더덕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하는 아이와 엄마의 대화였다.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촌부 성격에 그럴 수가 없어 다가가서 인사를 한 후에
아이와 엄마에게 더덕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혹시나 풀 새싹이라고 알러준 엄마가 무안해 할까봐
정중히 양해를 구했더니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아가야! 이거는 더덕 새순이야! 더덕이 뭔지 아니?"
"잘 몰라요? 더덕이 뭐예요?"
"조금만 기다려! 더덕이 뭔지 보여줄께!"
그리고는 바로 더덕을 캘 때 쓰는 손괭이를 갖고 와서
아이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제법 더덕 새순이 굵은 걸
골라서 한 뿌리 캤다. 신기하다는 듯이 지켜보는 아이,
더덕 한 뿌리를 캐는데 사방을 넓게 파는 것을 지켜본
엄마도 꽤나 큼지막한 더덕이 나오면서 사방에 퍼지는
그 더덕 냄새에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얘야! 이게 더덕인데 이거는 반찬 해먹는 것이야!"
"맛있어요? 냄새가 나는데..."
지켜보고 있던 엄마가 그때서야 "더덕을 이렇게 캐는
것을 몰랐네요. 더덕 새순이 이렇게 생겼군요."하면서
"더덕은 몸에 좋은 거야!"라고 말을 하더니 아이에게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해야지?"라고 말하자마자
"할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귀여웠다.
더덕 새순이 자라면서 잎이 생기고 덩굴이 되어 감고
올라가고 초롱같은 꽃이 피며 가을에 씨앗이 생기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스마트폰의 사진까지 보여
주면서 꽤 자세히 설명을 했더니 엄마도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며 고마워했다. 손에 들고있던 제법 굵은
더덕을 아이에게 주었다. "엄마에게 구워달라고 해!"
하면서 손에 쥐어주었더니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라고 했던 그 아이가 문득 생각이 난다. 많이 컸겠지?
그 어린아이가 말했었던 그 지렁이처럼 생긴 더덕의
새순이 여기저기 돋아나고 있다. 대부분 더덕 씨앗이
떨어져 저절로 자라는 것들이다. 씨앗을 뿌려 기르는
것은 산언덕배비 더덕밭이라 부르는 곳과 2년전인가
앞뜨락 창문밑에 두어 줄로 시험삼아 뿌렸더니 아주
예쁘게 줄을 지어나온 곳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집에
자라는 더덕은 야생 더덕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가끔씩 캐먹기도 하는데 그래도 여기서 쑤욱, 저기도
쑤욱 하고 나오는 더덕 새순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올해는 여느해에 비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대공이 굵은 녀석은 오래된 고참, 조금 가는
녀석은 중참, 아주 가는 녀석은 1~2년생 신참내기다.
더덕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그 누구나 알고 있을게다.
더덕을 잘라보면 끈적끈적한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바로 그것이 사포닌이다. 더덕은 사포닌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쌉싸름한 맛이 나며, 고유의 향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인삼에 많이 함유된
이 사포닌은 더덕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보약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더덕을 먹고 싶을 때는 언제나 캐서 먹을 수 있음이라
감사하고, 지금처럼 새순부터 시작하여 예쁜 꽃피고
가을날에 씨앗이 맺히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수가
있음이라 고맙다. 오늘은 아내더러 더덕으로 만드는
맛있는 더덕 셀러드를 좀 해달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