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팥배나무에 하얀 꽃이 탐스럽게 핀 날에...
5월 16일, 음력 사월 열이튿날
옅은 안개가 낀 것을 보니 오늘도 한낮에는 꽤나 더울
모양이다. 산골의 이른 아침은 영상 7도의 기온으로
시작한다. 예보에는 한낮에 30도까지 올라가 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가 될 것이라고 한다. 갑작스레 봄은
사라지고 여름으로 내달리는 계절의 변화인가 싶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심은 대파와 상추 모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물을 듬뿍 주는 것으로 오늘을
시작한 촌부이다. 이제 촌부의 텃밭농사 시작이다.
하나, 꽃 이야기
18년 전인가, 기억컨대 이곳에 왔던 이듬해 가을쯤에
옆산에서 자그마한 팥배나무 두 그루를 집 입구에 한
그루, 데크옆에 한 그루를 옮겨심었다. 이맘때 봄날에
하얀 꽃이 너무나 탐스럽게 많이 피고 나무의 수형도
볼만하여 눈여겨 봐두었던 터라 큰 나무 부근에 있는
아주 작은 나무를 옮겨심어 세월이 흘러 지금은 엄청
크게 자란 성목(成木)이 되어 예쁜 꽃도 피고 가을날
노르스름한 붉은색 열매가 수없이 많이 달리곤 한다.
열매가 팥처럼 생겼고 팥만한 배가 열리는 나무라고
하여 '팥배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나무라고 한다.
이곳 산골에는 이 팥배나무가 상당히 많이 서식한다.
자료에 의하면 깊은 산에서 높은 산까지 해발 100m
에서 1,300m 고지의 메마른 능선이나 평원지대의
음지 쪽, 너덜바위 지역, 계곡가에 주로 서식을 하고,
군락은 보기가 힘들며 한 그루씩 드문드문 자란다고
한다. 가을날1㎝ 정도 크기의 타원형 열매가 봄날의
꽃만큼 많이 달려 여물어 봄까지 가지에 매달려 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말려 달여 마시면 고열, 기침과
가래에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열매가
잘고 나무에 가시처럼 뾰족한 잔가지가 많아 따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언젠가 한 해, 열매를 따서 술을
담근 기억이 있는데 그 후로는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
팥배나무 꽃의 꽃말이 재미있다. '매혹'이라고 하는데
어떤 연유에서 붙여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하얀
꽃이 엄청 많이 피고 탐스럽게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
혼자 추정을 해본다. 잎이 다 나오기 전이라서 멀리서
보면 온통 하얀색으로 보여 조금 나온 잎파리를 모두
덮고 있는 모습이다. 이럴때 '참으로 장관이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며 감탄을 하게 된다.
둘, 텃밭농사 이야기
드디어 본격적인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가 시작되었다.
어제 저녁무렵 작은밭에 대파와 상추 2종류의 모종을
심었다. 두 가지 모종은 고마운 분들이 주셔서 얻어와
심은 것들이다. 함께 일하는 분이 대파 모종을 주셨고
해마다 모종을 주시는 마을 형님댁 형수님께서 좋은
상추 모종을 주셨다. 솔직히 이 정도의 양이라면 우리
식구가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기왕 밭이 있고 고맙게
모종도 얻어왔으니 정성껏 잘 길러 해마다 그랬듯이
형제들과, 지인들과 또 이웃들과 나눔을 할 예정이다.
근래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은근 걱정이 되었다. 모종을
심으려고 구멍을 파보았더니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멀칭을 한 밭이랑에 적당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는 건
촌부가 하였고, 아내는 모종판에서 한 그루씩 모종을
뽑아 그 구멍에 넣고 모종삽으로 흙을 덮어주는 일을
하였다. 그 다음으로 촌부는 물조리개에 물을 떠다가
아내가 심은 모종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주었다.
이제 시작이라서 아직은 밭에 물을 주는 용도로 쓰는
호스를 연결하지 않아서 시냇물을 떠다가 주었다.
아내는 쪼그리고 앉아 모종을 심어 힘들었고, 촌부는
물을 떠다 나르고 주느라 그랬는지 힘들고 피곤하여
둘 다 초저녁에 일찌감치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시작인데 겨우 이 정도의 일을 하고 힘들어 하다니...
흐르는 세월 앞에는 장사도 없다더니 우리 부부도
이제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초저녁 잠을 자고 일어나
"여보게! 이제 우리도 나이를 먹고 늙어가나봐?"라고
했더니, 끙끙 앓으며 잠에 푹 빠졌다가 일어난 아내가
"그러게! 작년 다르고 올해 또 다르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