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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410_4.jpg : 촌부의 단상-나뭇가지 치우던 날에...IMG_20180410_3.jpg : 촌부의 단상-나뭇가지 치우던 날에...[촌부의 단상]
나뭇가지 치우던 날에...

"여보!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4도인데 추워 바깥일
할 수 있겄나? 빨리 해치우기는 해야 하는데..."
"커피 한잔하고 햇살이나 퍼지면 나가서 하지 뭐."
"그러세! 오늘 못하면 다음에 하고... 서리 그치기 전,
밭을 갈기 전에만 치우면 되니까 쉬엄쉬엄 하세나."
"날씨 예보에 낮엔 기온이 올라 더울거라고 하던데..."
"그래? 그럼 좀 있다가 나가서 해치울까?"

아내가 끓여온 커피를 마시고 바깥에 나가 보았더니
햇살은 나왔지만 서릿발이 서걱서걱하고 쌀쌀했다.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말했다. "제법 쌀쌀하니까 옷
단디 입어야 해."라고... 산골부부가 챙겨 입은 옷은
마치 겨울날에 제설작업을 하러 나가는 차림이었다.
두터운 겉옷에다 모자를 쓰고 방한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길다란 밧줄과 낫을 들고 엔진톱까지 챙겼다.
드디어 얼마전에 마을 아우와 함께 나무를 베어내며
잘라놓은 나무 잔가지를 치우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맨윗쪽 장모님댁 부근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아랫쪽
카페앞 주차장까지 군데군데 수없이 널부러져 있는
나뭇가지를 밧줄로 묶어 끌어다 쌓거나 카페 아랫쪽
숲속의 공터에 갖다놓는 일이다. 불과 몇 번을 나르다
보니 열이 나서 그런지 햇볕이 좋아 그랬는지 온몸에
땀이 흘렀다. 복장이 문제였다. 겉옷을 벗고 방한화를
장화로 바꿔 신었다. 그래도 더워 결국은 두터운 옷을
갈아 입어야 했다. 아침과 달리 햇살이 퍼지면서 아주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간 것이다.

그런대로 일의 진척이 빨랐다. 낫으로 잔가지를 골라
자르는 일은 촌부가 하였다. 그런 다음에 밧줄에 묶어
한 쪽은 줄을 어깨에 매고 또 한 쪽 손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나르는 방법으로 하였다. 그만큼 양이 좀 많은
것이라 힘이 들기는 했다. 아내는 잘라놓은 잔가지를
밧줄로 조금씩 적당히 묶어 그냥 질질 끌면서 나르는
방법으로 하였다. 나뭇가지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많이 끌고 다닐 수가 없다. 세렉스같은 짐차가
있다면 차에 실어서 나르면 손쉽게 나르는 작업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 자동차로는 그럴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부부가 힘들게 나르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힘은 들었지만 너저분하게 사방에 널려있던 잔가지를
깔끔하게 다 치우고 나니 기분이 좋고 마음도 가볍고
속이 후련하다. 춥다고 미뤘다면 후회할 뻔 했다.

보기에는 종일 해야만 할 것 같았는데 아내와 둘이서
하여 예상보다 일이 빨리 끝나 다행이다. 점심 때가
지났지만 다 마치고 먹자며 열심히 했다. 일을 거의
마칠 무렵 아내는 점심 준비를 한다며 먼저 들어갔다.
아내가 들어간 후 여섯 짐을 나르고 나니 끝이 났다.
점심을 먹자고 아내가 불렀다. 바쁘고 힘드니까 그냥
간단히 국수나 삶았겠지 하며 집에 들어왔더니 이게
뭔가? 식탁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따뜻한 밥에 고기를 굽고 지난 늦가을 저장해 두었던
알배추 쌈, 올 봄에 첫 수확한 연하디 연한 명이나물
(산마늘)쌈, 쌍긋한 민들레 겉절이, 고향 남해 아우네
에서 갖고 온 걸 무친 시금치 나물, 김장김치(묵은지),
아내가 손수 담근 된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쌈장에다
2012년에 담근 더덕주까지.. 이 정도 밥상이면 시골
밥상 치고는 진수성찬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꽤 때늦은 점심이라 허기가 져서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느라 잘 차려진 진수성찬 밥상 사진을 못 찍었네.

그나저나 어젠 하루에 세 계절을 보고 느끼고 체험을
한 듯하다. 아침에는 영하의 기온이라 겨울인 듯했고
한낮에는 햇볕이 좋아 봄날이었으나 늦은 저녁에는
마치 장마철 비바람이 몰아치듯 강풍을 동반한 비가
거세게 쏟아져 여름날 처럼 느껴진 재밌는 날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어제와 사뭇다른 영상 11도에
비는 멎었으나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잔뜩 흐린
하늘은 잿빛이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몰려올
것이라더니 그래서 뿌연 것인가?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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