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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331_7.jpg : 촌부의 단상-블랙커런트 나무를 심다.[촌부의 단상]
블랙커런트 나무를 심다.

어느새 4월의 첫 날을 맞는다.
이른 아침 산새들의 지저귐이 촌부의 잠을 깨웠다.
저 수많은 이름 모를 새들은 겨우내 어디에 있다가
산골에 몰려와 이른 아침부터 지저귀고 있는 걸까?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촌부의 아침을 깨워주려고...
이제는 해가 길어져 촌부의 기상시간엔 거의 어둠이
걷힐듯 말듯 하지만 아직 아침 공기는 쌀쌀한 느낌이
든다. 하기사 아침으론 서리가 하얗게 지붕위에 내려
앉아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산골의 이런 날씨는
아마도 5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다.

어제 오후 마을 아우네 제수씨께서 전화를 주셨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블루베리 종류 나무 두 그루를
캐놓았으니 가져다 심어 보세요."라고... 알았다 하고
퇴근길에 들렸다. "잘 컸구만! 왜 나무를 캤어요?"
"나무를 너무 많이 심었고 작년에 열매를 따봤더니
우리하고는 잘 안맞는 것 같아 뽑아 버리려고 했는데
승현 아빠가 설다목 형님 주면 어떠냐고 해서..."
"고맙습니다. 맨날 이것저것 얻어만 가네요."
"이름이 뭐더라? 블랙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블랙커런트 같네요."
"맞아요. 블랙커런트..."

블랙커런트 나무 두 그루를 얻어 차 트렁크에 싣고
집에 올라와 내려놨더니 아내가 왠 나무냐며 물었다.
어디에 심을까 망설이는데 얼마전 앞뜨락의 잡목을
제거한 곳에 심으면 어떠냐고 했다. 그러자고 하고
삽으로 땅을 파는데 잘 파지지를 않았다. 겉은 거의
녹은 듯했으나 땅속은 아직 언 흔적이 역력하였다.
대단한 강원도 산골의 겨울 흔적이다. 결국 언 땅을
파다가 삽자루가 부러져 삽 하나를 해먹고 말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촌부가 아니잖는가? 적당한 크기의
구덩이를 파서 나무를 앉히고 흙으로 잘 덮어주었다.
아내도 거든다면서 밭에서 흙을 몇 삽 퍼왔다. 또한
시냇가에서 눈녹고 얼음녹은 물을 떠다 흠뻑 주었다.
겨우 나무 두 그루를 심으며 두 사람이 요란을 떨었네.

사실 날이 조금 더 풀리면 베리 종류의 묘목을 사다가
심을 예정이었다. 많이 심어 팔 형편이 못되는 것이라
그냥 우리 산골식구들이 먹을 만큼만 심어볼까 한다.
블루베리, 아로니아라고 하는 초크베리 그리고 어제
두 그루 심은 블랙커런트를 한 열 그루 정도씩 심어
보려고 했었다. 이미 심을 자리는 정해놓았고 그늘이
질 것 같은 나무를 몇 그루 베어낼 생각을 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였으니 올해는 베리 종류 나무를
심어 기르는 것으로 봄맞이를 한다. 스피노자가 이런
말을 했던가? "내일 지구가 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하지만 촌부는 "베리 종류
나무를 심겠다."라고 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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