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마 시작이란다!
2024년 6월 30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스무닷샛날
꽤나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아침이다.
이 산골에도 지루한 장마가 시작되었단다.
어젯밤 8시부터 시작한 장맛비는 이따금씩
강풍까지 동반하여 무척이나 거세게 내렸다.
후드득 거리는 빗줄기가 비닐하우스 지붕을
두들겨 아주 요란한 소리를 내고 데크 처마에
달려있는 풍경(風磬)은 정신없이 흔들리면서
뎅그랑 거린다. 아랫쪽의 시냇물이 밤새 내린
비에 물이 많이 불어나 콸콸콸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최근 들어 가장 크게 들린다.
얼마나 내렸을까?
누적강수량을 검색했더니 60mm가 내렸단다.
주구장창 내린 것이 아니고 오락가락을 반복해
생각보다는 그리 많이 내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른 아침 기온은 아마도 지난 가을날
이후 가장 높은 것 같다. 영상 23도, 비가 오는
날인데 이렇게 높을 수가 있을까?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궁금증에 의아한 생각이 든다.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우의를 입고 바깥에
나갔다. 비는 잠시 멈췄지만 바람은 여전히 꽤
강하게 불었다. 장독대 입구의 더덕 덩굴을 올려
파고라처럼 세워놓은 구조물이 휘청거려 쓰러질
것 같고 꽃몽오리가 비에 젖어서 무거웠는지 세
그루 백합이 자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파고라부터 손을 봐놓고 케이블타이를 가져다가
백합을 세워놓았다. 밭으로 나갔더니 아뿔싸~!!!
풋고추 따먹으려고 세 이랑을 심은 다섯 종류의
고추가 비바람을 못이겨 고개를 숙였는가 하면
쓰러지고 자빠지고 가지 꺾인 것도 눈에 띄었다.
그새 또 비가 내렸지만 부랴부랴 고추끈을 챙겨
비를 맞으며 고추끈을 묶었다. 어제 하려다 아직
두 줄묶기는 이른 것 같아서 망설이며 설마 했던
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그 외 다른 피해는 없다.
어제는 비소식에 아침부터 아내와 함께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침에는 블루베리 땄다. 3년만인가?
올해 처음으로 수확다운 수확을 하게 된 것이다.
며칠전부터 아내가 조금씩 땄는데 어제 수확으로
용기에 담아 냉동보관을 한 것이 상당한 양이다.
오래전부터 매일 아침에 마시는 과일 주스에 꼭
블루베리를 넣어 먹고 있는데 이젠 우리가 기른
것으로 자급자족을 하게 되어 너무 좋다는 아내,
그러면서 "블루베리를 길러 따보는 것이 자그만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루게 해줘서 고마워~
당신이 정성껏 기른 덕분이야!"라고 하는 그 말에
어깨가 으쓱했다.
아침나절 역시 비소식에 옥수수, 대파, 양파밭에
거름을 넣기로 했다. 햇볕이 꽤 강하고 습해 무척
더웠다. 대파밭에 토양살충제, 웃거름을 뿌리고
북을 주고 있는데 아내가 돕겠다며 나왔다. 혼자
옥수수밭 거름주기를 전부 다 했다. 안타깝게도
방충망 모자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깔따구가
몇 방 물었는지 눈주위를 비롯한 얼굴 몇 군데가
퉁퉁 부어올랐다. 다시는 밭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촌부가 해야하는 일을 돕겠다고 하여 그냥
그러라고 한 것이 잘못이라 많이 미안하다.
점심무렵 카페옆 언더배기 밭 초입 간벌 나무를
토막내 아무렇게나 쌓아놓고 방치한 곳을 정리할
생각에 칼날 예초기를 짊어지고 거의 한 시간쯤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깎았다. 점심시간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촌부를 찾아다니던 아내가 예초기
소리를 듣고 내려와서 노발대발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 더위에 뭐가 급하다고 예초기를 왜 짊어지고
난리법석을 떨고있는 거야? 어서빨리 들어와!"
땀에 젖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할 말이 없어 죄를
지은 죄인처럼 듣고만 있었다.
집에 올라와 샤워를 하고나왔더니 아내가 아무튼
수고했으니 많이 먹으라며 짜장면을 차려놓았다.
더위를 참아가며 일을 해서 그런지 후딱 해치웠다.
기왕 식사 얘기가 나왔으니 산골밥상 이야기 조금
하자. 밭에는 상추가 자라고 고추가 열리고 있어
반찬 걱정없는 요즘이다. 상추와 풋고추만으로도
충분한 반찬이 된다. 쌈으로 먹고 비빔밥으로도
먹어도 좋고 풋고추 한 가지면 찬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한 끼로는 거뜬하다. 먹고싶으면 그때그때
밭에서 뜯고 따서 바로바로 먹을 수가 있어 좋다.
여름날 산골살이 하는 우리 뱃속은 초록초록이다.
오늘은 비가 내려 공치는 날, 호박 첫 수확을 하게
될만한 것이 보였는데 하나를 따오고 부추를 뜯어
부침개를 부쳐 소주나 한잔할까? 낮술 마신다고
아내에게 또 혼쭐 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