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제발 비 좀 내려주이소!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열나흗날
아직 동이 트기전 이른 아침인데 촌부보다도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더 부지런한 것 같은
뻐꾸기를 비롯한 온갖 이름모를 산새들 합창을
들으며 오늘을 열었다. 12도 기온으로 시작이
되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릴 모양이다. 6월의 폭염이 언제쯤 가셔지고
가뭄을 잠재울 비는 먼하늘 어디쯤 머무를까?
단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촌부의 농사는 팔아 돈을 만드는 농사가 아니고
우리 식구들 자급자족을 하려는 것이고 더불어
나눔을 위한 농사라서 가능한 재미있게 즐기며
지으려고 한다. 농부님들의 농법을 컨닝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방법을 많이 생각해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온갖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의 방법을 잘못이라고 후회를 해본
적은 없다. 그 시행착오는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어제도 나름의 잔머리를 굴려 큰밭 한 모퉁이에
심은 호랑이 무늬 줄콩 넝쿨 유인을 위한 설치물,
지지대와 오이망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이번에는
지지대를 비스듬히 세우고 버팀목처럼 수직으로
하나 더 밖아 지탱을 할 수 있게 해봤다. 종전에는
고추지지대를 두어 개 이어 높게 세웠으나 나중
콩을 딸 때 불편하여 비스듬하게 세우면 되겠지
싶어 시도를 해봤는데 어떨지는 그때 가봐야만
알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이 호랑이 무늬 줄콩은
작고하신 어머님을 추억하게 되는 것 중 하나다.
오래전에 씨앗을 구해다 주시며 맛있는 콩이면서
줄을 타고 올라가며 꽃이 피고 콩이 달리는 것이
너무 보기좋아 씨앗을 구하셨다고 했던 콩이라서
지금껏 어머님을 추억하며 조금씩 심어오고 있다.
요즘 날이 너무 가물어 6월의 땡볕에 목말라하는
농작물도 안타깝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촌부의
마음 또한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나마 우리는
작은 농사이고 텃밭농사 수준이라 해그름에 물을
줄 수가 있지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부님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작은 농사지만 농사를 짓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안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어제도 해질녘에 밭에 물을 듬뿍 주었다. 아무리
매일 물을 준다고 해도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비가 좀 와야하는데...
"하느님!
이제 그마 폭염 멈추고 제발 비 좀 내려주이소!"
어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
엊그제 도시에서 오셔서 엔진톱 작업을 못하시는
이웃 마을 형님댁 정원수 몇 그루를 베어주었더니
아~ 글쎄 고맙다고 하며 성주 참외 한 박스를 들고
오신 것이 아닌가? 우리 둘이 다 못먹을 양이라서
여기저기 나눔을 했다. 이런 걸 재나눔이라 하나?
아직 다 익기도 전인데 아내가 블루베리를 따왔다.
"에게~ 이기 뭣꼬? 볼시로 따모 우짜노?" 했더니
"기다리기 그래서 익은 것만 골라 따봤지!"라고...
한 종지나 될까 말까? 이것도 첫 수확이라고 반은
둘째네 맛보라며 갖다주었단다. 맛이 좋기는 했다.
자꾸 더 먹으라 했지만 좋아하는 아내에게 양보를
했다. 아내가 하는 뒷말이 고마워서...뭐라 했냐면,
"당신이 열심히 물 퍼다주고 거름 주고 잡초 뽑아
이렇게 좋은 열매로 보답하는 것 같아 더 맛있는
것 같네. 수고 많이 했고 고마워~"
점심무렵 푸른문학 여름호가 산골집에 도착했다.
등단이후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있어 낯이 뜨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에 걸맞는 푸른 마음으로
유능한 작가님들의 좋은 작품이 수록된 문예지를
발간해 보내주시는 이은별 대표님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푸른문학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좋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