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시행착오를 겪으며...
2024년 7월 4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스무아흐렛날
장마철이라서 아침이 후덥지근한 느낌이다.
잠시 주춤 소강상태였던 비소식이 있긴해도
오늘 아침은 영상 20도로 시작한다. 하지만
산골의 아침은 도시와는 달리 사방에 우거진
푸르른 수풀 덕분에 눈이 시원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풀내음, 흙내음이 코를 통해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다. 산골살이 호사랄까?
모질게 긴 가뭄에 많이 힘들어 하던 농작물은
이제 살맛이 나는 듯하다. 장맛비를 흠뻑 맞고
무럭무럭, 쑥쑥 잘 자란다. 옥수수는 어림잡아
1.5m는 자랐지 싶다. 머잖아 수술인 개꼬리
(쇠꼬리라고도 함)가 나오겠지 싶다. 재밌다.
이렇게 많은 옥수수 농사를 지어보기는 처음,
아내는 옥수수 팔아서 고춧가루를 사야겠단다.
고추농사 대신 옥수수를 많이 심었기 때문...
작은밭 두 군데에도 여러가지 농작물들이 눈에
띄게 잘 자라주고 있다.
촌부의 농사는 2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끝이 없다. 고집불통인
성격탓에 나름의 방법을 구사하다보니 가끔씩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올해는 나름 의기양양,
우쭐대며 오이농사에 심혈을 기우려보겠다는
포부를 아내에게 밝혔다. 넝쿨작물인 오이는
어떻게 넝쿨을 잘 뻗어가게 해주느냐와 물을
좋아하는 것이라 수시로 물과 거름을 주어야
오랫동안 오이를 수확할 수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거름을 넣고 물도 자주 주었다.
농사 고수들에게 배운 일곱 마디까지 곁가지,
곁잎, 곁꽃도 모두 제거했다. 그래서 여느해와
달리 오이 첫 수확이 늦다.
문제는 촌부 나름의 방법으로 설치한 오이망
씌운 지지대가 오이넝쿨의 무게에 못이겨서
한쪽으로 자꾸만 쓰러지는 것 같았다. 하기사
오이 46그루, 노각 6그루를 두 이랑에 나눠
심었고 무성하게 잘 자란 넝쿨이 쭉쭉 뻗어가
지지대 끝까지 타고 올라갔고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옆줄의 오이와 서로 뒤엉켜서 자란다.
그냥 두면 머잖아 오이가 열려 달리게 된다면
무게는 더 불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할 것 같아 무슨 조치를 취하긴 해야할
것 같았다. 바람만 불어도 휘청거리는 것이라
아무래도 먼저 설치한 오이망 씌운 지지대에
받침목 역할을 하는 또다른 지지대를 세우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추농사 대신에
옥수수를 기르다보니 고추지지대가 남아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지대를 하나씩 박아
놓은 다음 피복밴드로 칭칭 감아 움직임 없게
해놓았더니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
또 촌부의 농사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래도
수없이 많은 꽃이 피고 오이가 자그많게 달린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두 군데의 호박밭에는 호박꽃이 예쁘게 피고
여기저기 잎사귀 사이에 숨어 호박이 열리고
있다. 그 누가 호박꽃도 꽃이냐며 비하를 하는
것일까? 가만히 살펴보라! 얼마나 예쁜지를...
머잖아 호박이 여기저기 수없이 열리게 되면
촌부는 또 나눔을 위하여 아침마다 호박밭을
뒤적거리며 다니게 될 것이다. 아직은 호박을
본격적으로 수확하긴 이른 시기이지만 혹시나
하며 뒤적거리는데 아침운동을 하던 아내가
"상추 쪼매만 뜯어오소!"라고 했다. 아침부터
상추쌈이 땡기는 모양이다. 덤으로 풋고추도
조금 땄다. 상추를 살짝 데쳐 나물을 무치려고
했단다. 풋고추를 따오는 바람에 그만 메뉴를
바꾸었다나 뭐라나? 아침부터 갓 따서 싱심한
상추와 풋고추로 맛있게 잘 먹었다. 초록초록
산골밥상이라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