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뭄 해갈은 되었을까?
2024년 6월 24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열아흐렛날
아마 자정무렵이었지 싶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빗소리에 밖으로 나갔다.
요란하게, 거세게,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였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동안 지켜봤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바깥에 나갔다.
비는 그쳤다. 저만치에서 시냇물 소리가 들려
다가가 보니 그동안 가뭄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던 시냇물은 사흘간 내린 비로 인하여 양이
불어나 간만에 흐르는 소리를 되찾은 듯하다.
촉촉함이 좋은 아침이다.
촌부만의 느낌은 아닐 게다. 동이 트기전이라
어슴푸레하긴 하지만 빗물을 머금은 채소들의
모습이 너무나 싱싱하고 싱그럽게 보여 좋다.
아침 기온 18도, 오후에 또다시 비소식이 있다.
지난 사흘간 추적거린 비의 양이 꽤 많다. 이곳
설다목 산골은 70mm 가까이 내렸다고 한다.
가뭄끝에 단비였다. 이제 더 이상 호스로 물을
주는 수고는 덜겠지 싶다. 그저 좋다는 마음...
잡초들은 물론 비비추를 비롯한 번식력이 강한
야생초들로 너저분했던 밭사이 길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꽃길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했었다.
말끔하게 모두 뽑아내고 캐내 정리를 해놓았다.
가능한 손이 덜가고 좋은 꽃을 심어보려고 한다.
붓꽃, 금낭화, 삼지구엽초, 구절초, 잔대를 조금
옮겨심었다. 그래도 빈공간이 많다. 여긴 씨앗을
뿌려 내년을 기약해야만 할 것 같다. 식물원에서
얻어온 복수초, 흰색 꽃양귀비, 깽깽이풀 씨앗을
뿌려볼까 싶다. 나름 예쁜 꽃길을 만들어 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며 궁리를 하고 있다.
어제 오전에 서울에서 산골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은 비가 내린 뒤라서 습도가 높고 더웠다.
아침에 막둥이네 마당 정원을 둘러봤다. 얼마나
손을 보지않았는지 너저분했다. 음식점 운영을
하느라 미처 손을 볼 시간이 없었던 같다. 바쁜
사람들이라 그랬겠지? 예전에는 이따금씩 가서
정리를 해주곤 했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잡초를
뽑고 다듬어 주고 싶기는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마음뿐이었다. 고추를 비롯한 채소도 이것저것
심어놓았다. 기르는 법을 모르는지 그저 무성할
뿐 손 본 흔적이 없다. 이것저것 손을 좀 봐주고
왔어야 했는데 그냥 내려온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비가 내려 축축했고 작업복 없이 정리를
할 수가 없어 못해준 것이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이따금씩 올라가면 막둥이네 부부가 이것저것
많이 챙겨준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런데 그동안
자동차없이 대중교통으로 다녀 챙겨주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효붕이를 몰고 가서
갖가지를 다 챙겨서 실어주었다. 집에 와서 짐을
풀어본 아내가 하는 말, "막내 애기氏, 큰오라비
백수라고 아주 한 살림 다 챙겨 보내주었나베?"
라고 하며 좋아했다. 그러더니 이내 막둥이에게
고맙다며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쇠고기 뭉치,
와인, 중국술, 건강식품, 아내 화장품 서너 가지,
물티슈, 음식점에서 포장해온 설렁탕, 커피까지...
우리 부부에게 너무 잘하는 막둥이네 부부가 참
고맙다. "엄마, 아빠 안계시니 이제 큰오빠네가
부모님 맞잡이잖아!"라고 하는 띠동갑인 막내가
하는 말이 너무나 대견하고 그렇게 듣기가 좋고
고맙고 흐뭇할 수가 없어 웃음으로 답하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