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심봤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초열흘날
산골의 이른 아침은 참 평온하다.
정말 고즈넉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려나?
기온은 9도, 날씨 느낌이 왜 이리 좋을까?
서리 대신 이슬이 내려 땅바닥이 촉촉하다.
오늘처럼 가을이 오래 더 머무르면 좋겠다.
하루걸러 하루씩 일을 나가는 촌부,
식물원에 일을 나가는 날은 집에서 7시에
나선다. 봉평 산골짝에서 진부 산골짝으로
30여km를 달려가는 국도 양쪽의 경관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는 느낌이 참 좋다.
어제도 그랬다. 속사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저만치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해와 더불어
떠있는 구름이 너무나 환상적이라 자동차를
안전지대에 세우고 한참동안을 바라보았다.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이런 출근길이
있을까? 이또한 내게 주어진 복이겠지 싶다.
그뿐인가? 산골집의 가을 풍광도, 식물원의
가을 정취까지 죄다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하여간 언제 어디서나 멋진 광경을 보게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감성이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제 오후 퇴근후에,
고구마를 캐볼까 싶어 밭고랑 사이에 깔아둔
부직포를 걷어냈다. 그리고는 많이 망설였다.
그래도 한해 딱 한번을 하는 고구마 수확인데
혼자서 그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아내와
함께 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문득 밭가
더덕과 도라지에 눈길이 멈췄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씨앗이 날아와 싹이 트고 자란 것,
가까이 다가가서 살폈다. 마른 줄기 밑둥이 꽤
실하다. 실한 정도가 아니고 엄청 굵고 여러개
가지로 자랐다. 더덕이나 도라지는 오래 묵은
것은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줄기가 나온다.
분명 그럴 것 같고 오래 묵은 것이라 여겨졌다.
우리고장에서는 대궁이 굵다고 말하곤 한다.
캐보기로 했다. 커다란 도라지삽을 깊숙히 넣고
서서히 비스듬하게 눌러 위로 흙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해놓은 다음 왼손은 줄기 밑둥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흙을 조금씩 헤집어 조심히 퍼냈다.
손가락에 닿는 촉각이 심상찮았다. 어느 정도의
흙을 걷어내고 다시 도라지삽으로 한번 더 깊이
넣고 젖혔다. 그리고는 대궁을 서서히 흔들면서
뽑았더니 엄청나게 큰 더덕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럴때 하는 말이 바로 "심봤다~!!!" 인 것이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아무도 없었지만 외쳤다.
"심봤다~!!!" 라고...
그다음 도라지도 같은 방식으로 한 뿌리를 캤다.
도라지가 이렇게 큰 것은 지금껏 처음인 것 같다.
이상하게 밭가에 한 그루가 자라기에 그냥 두고
씨앗을 받곤 했는데 이렇게 크게 자랄 줄은 전혀
몰랐다. 이번에도 "심봤다~!!!"를 외쳤다. 혹시나
누가 봤다면 "저 영감탱이 실성했나?" 했을게다.
아내에게 자랑을 하며 보여주려고 다용도 창고
가만히 모셔다 놓고 기다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더덕과 도라지를 보자마자 아연실색했다.
"어떻게 이렇게 큰 것을 캤냐?"고 하며 좋아했다.
시냇물에 내려가 커다란 더덕과 도라지 목욕을
시켰다. 이따금씩 더덕을 캐고 손질을 해봤지만
이번에 캔 더덕과 도리지는 상당히 큰 것이라서
또다른 느낌이었다. 그다음 과정은 아내 몫이다.
남은 껍질을 까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아내의
생각에 맡긴다. 어제는 다른 찬거리가 있어 오늘
먹기로 했다. 한끼로 끝날 양은 아니라서 아내가
어떻게 조리를 하게 될지는 순전히 아내의 마음
이다. 더덕구이, 도라지 무침, 더덕 샐러드 등은
아내가 즐겨하는 것인데 뭘로 하려나 모르겠네?
이렇게 자연이 주는 선물로 호사를 누리게 되는
것은 산골살이 특혜라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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