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은 말리기 좋은 계절
2026년 10월 12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초이튿날
어젯밤 2~3시간 10mm의 비가 예상된다는
날씨예보를 접하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가을 가뭄에 힘들어하는 가을채소가 좋아할 것
같았고 덩달아 촌부도 다행이다 싶었던 것이다.
웬걸? 비는 무슨, 내린 흔적도 없고 대신 이슬이
내려 촉촉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누굴 원망해?
기상청 사람들, 아니면 하늘을? 젠장, 젠장이다!
아침 기온 13도, 온화한 가을 아침이로구나!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며칠동안 안중에도 없었던
가을 모습, 가을 정취, 가을 내음이 눈에 보이고,
마음에 들어오고 코로 느끼게 된다. 많이 아프긴
했구나 하면서... 이제서야 가을을 마음에 담는다.
지난 2일 이후에 무려 9일간의 긴 휴일을 보내고
열흘만에 식물원에 일을 나간다. 그동안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피었던 꽃들은 지고
물들기 시작하던 나뭇잎은 단풍이 들었겠지?
어제는 힘든 일보다는 간단한 일, 몇 가지를 했다.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취미활동이란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코스모스 꽃대를 정리하고 받은 씨앗은
적당한 위치에 뿌려놓아 내년에 다시 돋아나 꽃이
피기를 기대하며 마무리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밭 한 켠에 달랑 한 그루가 크게 자라 많은 가지를
뻗어 여러 송이의 꽃이 피었던 도라지 씨앗을 받고
군데군데 더덕덩굴에 맺힌 더덕 씨방을 채취했다.
가을은 모든 것을 말리기 좋은 계절이다. 농작물,
열매, 씨앗까지 가을 햇볕에 말리는 것은 수없이
많다. 얼마 안되는 붉은고추도 시나브로 따서 꽤
말려놨고 지금도 말리고 있다. 전날 수확한 땅콩,
더덕과 도라지는 씨방을 그대로 말리면 그 안에서
수많은 씨앗이 쏟아져 나온다. 다른 야생화 꽃씨는
일부러 씨앗을 받지는 않는다. 그 자리에 떨어져서
나오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 다른 곳에서 나오기도
한다. 어차피 자연스럽게 기르는 것, 그냥 놔둔다.
가을채소는 배추, 무우, 청갓 이렇게 세 종류이다.
가을 가뭄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물주기를 하여
그런대로 잘 자라주고 있어 고맙다. 지난해 가을엔
가을비가 너무 자주 내려 성가시더니 올가을에는
거꾸로 너무 안내려서 걱정스럽다. 우리집 농사는
자급자족을 위한 적은 양이지만 전업 농부님들의
고충은 이만저만 아닐것이다. 오늘 소나기 소식,
내일 비소식 잡혀있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며칠전에 잔뜩 딴 어린 맷돌호박은 아내가 학교에
가져가 나눔을 했다. 인기폭발이었다나 뭐라나?
어린 맷돌호박이 일반 애호박 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다. 그렇긴 하지만 조금 일찍 열려 익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것은 욕심이겠지?
지금도 호박밭에는 꽤 자란 맷돌호박들이 있기는
한데 익은 호박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겠지 싶지만
그렇다고 덜익은 것을 딸 수도 없어 가는 데까지
두고보는 것 외 도리가 없어 마낭 망설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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