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골 가족들이 모여서...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열사흗날
밤새 거세게 내리던 비는 50mm 가량 강수량을
기록하고 지금 이 아침은 가랑비로 변해 아직도
내리고 있다. 장맛비는 오늘도 내리고 이번주에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다. 간밤에 내린 비에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꽤나 요란하다. 그래도 이 소리는
전혀 싫지가 않다.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산골은 완전 초록초록이다. 사방 숲으로 둘러
쌓인 우리집,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이 모두 다 짙은
녹음이다. 이 얼마나 좋은 풍광인가? 우리 일상이
늘 푸르름을 보면서 그 속에서 산다는 것은 남다른
특혜이면서 호사이고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되는 아침이다. 집주변에는 갖가지의
꽃들이 피고 밭에는 온갖 농작물이 초록초록하는
지금, 열매채소는 주렁주렁 매달려 하나둘 수확을
하는 기쁨을 주고 잎채소들은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군다. 산골살이 뭐 그리 특별함이야 있겠는가?
하지만 남들은 이런 우리의 이런 일상을 부럽다고
한다. 특히 도시의 빌딩숲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은 로망이라고까지 말하며 대리만족을
한다고들 한다. 이런 일상에 푹 젖어서 사는 우리는
그저 소소한 것 하나에도 만족하면서 살고 있기에
굳이 로망이라고 말하는 의미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는 21년전 이곳에서 함께 산골살이를 시작한
산골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병원에 계신 엄마와
우리가 이곳에 올때 혼자 독립을 시켜 도시에 남겨
두고 왔었던 아들 녀석이 빠지긴 했지만 처음부터
산골살이를 시작한 가족은 조카 딸내미를 데리고
우리 세 자매, 세 동서 일곱이었다. 뒤에 작고하신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이 합류하셨고 아들 녀석은
지금껏 혼자서 도시에 살고있고 이따금씩 다니러
온다. 몇 해 전 둘째네와 막내네가 인천과 영주에
새보금자리를 마련해 나가긴 했으나 여전히 집은
이곳 산골에 있어 가끔씩 다니러 온다.
둘째네가
다음달 다시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그래서 어제는
준비를 할 겸 산골식구들이 다 모여 모처럼 식사를
했다. 아내가 고기를 구워먹자면서 밭에서 채소도
뜯고 바베큐 그릴에 불을 지폈으면 했다. 마당에서
먹으면 좋겠지만 햇볕이 너무 강해 그럴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데크에서 고기를 구워 안에서 먹기로
했다. 상추, 쑥갓, 들깻잎을 뜯고 풋고추를 따주고
불을 지폈다. 야외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숯불을
붙여 바베큐 그릴에 옮겨 고기를 구웠다. 폭염속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구우며 비지땀을 흘리긴 해도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서 힘들다기 보다는 즐거웠다.
조카 딸내미가 사진을 찍으며 큰이모부 고생해서
어쩌냐며 조잘조잘, 처제들은 형부 덕분에 신선한
채소에 맛있는 숯불구이까지 먹게 되어 고맙다며
연신 칭찬을 하여 땀에 젖은 모습으로 함께 웃었다.
가족을 위한 약간의 고생도 보람으로 다가와 너무
흐뭇하고 뿌듯했다. 이런 식사는 열번을 한다해도
언제든지 흔쾌히 고생할 것이며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우리 식구들을 위한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