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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예초기를 짊어지면...


2022년 7월 7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초아흐렛날


오늘은 여름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이다.

이미 더위를 너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사방을 분간 못할 만큼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다.

아침 안개 자욱한 걸 보니 오늘도 폭염은 이어지게

될 듯하다. 저녁에 비소식이 있긴 한데...


5년전 오늘은 어머님께서 우리들 곁을 떠나신 날,

그러니까 오늘은 어머님 5주기 기일이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싶다. 어머님 가시던 날도

무척 더웠고 장례기간 내내 장맛비가 쏟아졌다.

불효하는 것 같지만 집에서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

산소도 없다. 아버님과 함께 위패를 절에 모셨다.

그래서 기제사도 절에서 모시고 있다. 그렇긴 해도

어머님을 잊은 적은 한번도 없다. 우리 단지 부근

산에서 늘 아버님과 함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어머님 선물같은 머위밭에서

서울 여동생들에게 보내려고 머위대를 꺾다보니

문득 어머님 생각이 나면서 울컥했다. 이 머위는

생전에 어머님께서 손수 종근을 구해다 심어주신

것이고 어머님의 유품과도 같은 것이라서...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세 시간 가량 벼르고 벼르던

예초기 작업을 했다. 장맛비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잡초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찌나 무성하게 잘 자라

촌부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마음을 쓰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결코 잡초에게 이기겠다고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냥 놔둘 수 없는

노릇이라 하는 수 없이 또 예초기를 짊어졌다.


이상하게 예초기를 짊어지면 굳건한 느낌의 마음에

비장한 각오를 다지게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교차하기도 한다. 예초기로 베어내고 잘라내고 깎는

힘든 작업을 한다고 하여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머잖아 다시 원이치가 되고야 말 것인데...

그래도 깎아야지, 

그래도 잘라야지, 

그래도 베어내야지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릴 것이고 잠시나마 깔끔하게 지낼

것이라는 만족감이라도 맛볼 생각으로 또 예초기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겠지 싶다.


촌부가 예초기를 짊어지고 풀을 베고 자르고 깎는

곳은 밭이 아니다. 정원이고 밭가 빈터이고 길이다.

그러니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이지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성격탓이겠지 싶다. 너저분하거나

지저분한 것을 두고 보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든 예초기 작업을 해봐야 금새 또다시 풀은 자라

무성해지겠지만 잠시나마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맛보려는 그 욕심 때문에 예초기를 짊어지는 것...

결코 이기지 못하는 잡초에게 고마운 것은 촌부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편해질만

하면 무성하게 자라나 이렇게 조롱하는 것아서...

"영감탱이야! 뭐하노? 어서 예초기 짊어져야제!"


그렇게 비지땀을 뻘뻘 흘리면서 세 시간 남짓 풀을

잡았다. 예초기에 잘리고 깎이고 베어나간 풀들이

촌부를 원망하며 사방에 널부러져 따가운 햇볕에

말라갈 무렵에 한바탕 소나기가 퍼부었다. 하늘이

촌부를 도와준 것이다. 촌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모르겠다. 소낙비 맞고 방긋방긋

웃는 모습의 백일홍과 루드베키아가 촌부를 향해

"우린 살려주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고

응원을 하는 듯하여 어루만져 주었다. 사실 촌부는

가능한 경계없이 자연스럽게 꽃을 기르긴 하지만

그래도 제자리가 아닌 곳에 자라는 녀석들은 하는

수 없어 좋아하는 꽃이라도  과감하게 잘라버린다.Picsart_22-07-07_07-51-47-292.jpgPicsart_22-07-07_07-12-43-590.jpgPicsart_22-07-07_07-12-15-925.jpgPicsart_22-07-07_07-12-02-864.jpgPicsart_22-07-07_07-11-48-895.jpgPicsart_22-07-07_07-11-21-565.jpgPicsart_22-07-07_07-11-03-52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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