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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예술이 따로 있나?


2022년 6월 28일 화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삼십, 그믐날


장마철이라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오락가락이다.

이제 가뭄에 대한 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장마철이면 흔히들 '지루한 장마'라고

했다. 요즘은 그런 표현은 별로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가장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하더니

가뭄이 아주 심했던 날에는 비를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장맛비에 해갈이 되고나니

이제는 그만 내리고 햇볕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을

갖곤 한다. 허나 그 생각은 촌부의 바람일 뿐이다.

이번 주에는 주말까지 연일 비가 이어질 것이란다.

하늘의 뜻에 기대어 사는 것이고, 하늘이 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 농사인 것을 잘 알면서도 욕심은

끝이 없으니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이 촌부야!


장맛비가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장마철이라서 딱히

할 일도, 급하게 해야만 하는 일도 없었던 어제는

때마침 봉평장날이었다. 아내가 장구경이나 다녀

오자고 하며 가는 길에 보건진료소에서 복용하는

약을 탔으면 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정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아내가 안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음이다. 늘 잘 챙겨주시는 진료소장님께

상추를 조금 뜯어다 드리고 싶었다. 또한 그 윗쪽

마을에 사는 현규 형님댁에도 조금 드려야 겠구나

싶어서 상추를 조금씩 뜯어 비닐봉지에 담았다.

농사를 짓지않는 분들이라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또 자그마한 나눔을 하여 흐뭇한 마음이다.

그렇게 장구경을 하다가 어느 식당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창문에 붙어있는 메뉴, 추어탕이 눈에 띈

것이다. 몇 년 전 영주에 갔을때 막내처제가 사줘

맛있게 먹은 이후 지금껏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아내 눈치가 너무 빠르다. 이내 식당안으로 들어가

Take out 주문을 하여 포장을 하고 있었다. 집에

와서 저녁식사로 추어탕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Take out은 양이 많아서 두 끼를 먹을 양이라서

남은 것은 오늘 점심에 뎁혀주겠다고 했다. 알아서

챙겨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장맛비를 맞으면서 일을 할 수가 없어 집안에 박혀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뭔가 할 일 있겠지 싶었다.

우산을 바쳐들고 나갔으나 이내 내리던 비가 그쳐

우산을 내동댕이치고 마당을 서성거렸다. 비바람에

여기저기 스틱을 세워놓고 고추끈으로 묶어놓은

야생초들이 보기가 좀 싫었다. 제멋대로 자라는 걸

좋아하지만 어수선한 것은 질색이라 손을 좀 봐야

했다. 더덕덩굴, 으아리덩굴은 나름 보기좋게 하고

꺽다리 금꿩의 다리는 자빠지지 않을 만큼에 피복

입힌 고무밴드로 고정을 시켰다. 기왕이면 보기에

좋게 하는 것이 마음에 드니까 말이다. 조경을 하는

것은 보기에 좋으면 되는 것이지 어떤 규칙을 정해

놓은 건 없으니 내가 하는 것이 바로 정도(正道)가

아닐까 싶다. 촌부는 인위적으로 정형화된 조경을

싫어한다. 그래서 가능한 자연스럽게 놔두는 그런

조경을 선호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조경이라고 고집한다. 다만 야생초의 특성에 맞게

조금 도움을 주는 것이고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도만 손을 보곤 한다. 예를 들면

덩굴식물이 감고 올라갈 수 있게 지지대와 유인줄

묶어주는 정도, 비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정도의 손만 봐주는 것이다. 이따금씩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아내가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느냐고

잔소리를 끓어붓는다. 그럴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예술이 따로 있나?"라고...


예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또다른 예술 이야기 하나

더 해보자. 촌부는 농사도 예술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촌부 혼자만의 예술이 아닌 종합예술, 

합동예술이다. 하늘의 도움을 받아서 땅이 기르고

촌부가 조금 거들은 것이니까... 바로 햇볕과 비와

바람과 맑은 공기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 잘 발효된

퇴비와 함께 섞인 흙, 약간 손을 봐준 촌부의 정성,

이렇게 합쳐지면 멋진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 바로

농사가 아니겠는가 싶은데... 그래서 종합예술이요,

합동예술이라고 부르짖는 촌부이다. 밭에 나가면

혼자 감격하여 감탄을 하고 감동을 하곤 한다. 


아무것도 없는 맨 땅의 밭을 일구고 아주 자그마한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뿌려 정성껏 가꾸고 작물별

자라는 특성에 따라 지지대, 유인줄같은 부수적인

것들을 설치해주면 하늘과 땅이 알아서 길러준다.

농작물은 주인장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여 시도 때도 없이 할 일이 없음이라도 나가곤

한다. 그뿐인가? 알아듣는지 모르는 말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런 것이

농심(農心)이 아니겠는가? 이런 것이 종합예술을

하는 농부(農夫)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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