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소소함으로 채운 하루
2026년 6월 8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스무사흗날
어제는 종일 흐리더니 밤늦게 빗방울이 들었다.
아마 그때가 밤 11시쯤 되었던 것 같은데 밖에
나가 내리는 비를 보며 빗소리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가 반가운 것은 이 촌부 뿐만
아닐 것이다. 농사를 짓는 농부님들은 모두가 다
촌부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요즘의
비는 참 희한하다. 소나기성인지 예보에 있다가
사라졌다가 느닷없이 비가 내리기도 하고, 내릴
것이라 했는데 간절히 기다리면 빗나가곤 한다.
하늘의 뜻을 어찌 다 헤아릴까마는 기상관측의
첨단장비도 속수무책인 것일까? 기상청 사람들
참 힘들겠구나 싶다. 어쨌거나 내린 듯 만 듯한
비지만 아주 쬐끔이라도 내린 것만으로도 좋다.
오늘 아침 기온은 12도이다.
요즘 산골집에는 독일붓꽃, 노랑꽃창포, 작약이
꽃을 피운다.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줄줄이
온갖 꽃들이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늘 꽃을 보며
감상하고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야겠지?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낫질을 했다. 요즘 아침은
동이 일찍 트고 따라서 촌부의 기상시간도 훨씬
빨라진다. 거의 5시 이전에 밭에 있거나 단지를
둘러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 밭일을 다
해놓아 조금 틈이 나서 어제 아침에는 잠시 밭에
나가 돌아보고 곧장 낫을 들고 뒷뜨락으로 갔다.
여기는 대부분이 야생초 그 중에서 온갖 나물이
자란다. 하지만 너무 우거지게 되면 겁이 난다.
희한하게 뱀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무척
겁내 하고 싫어하여 뒷뜨락에 가는 걸 꺼려한다.
더덕, 참취, 돌나물을 제외하고 모두 다 낫으로
베어버렸다. 뱀의 서식환경을 방지하는 것이다.
어제 아침나절 올들어 처음 뱀 한 마리를 없앴다.
솔직히 살생을 해서는 안되고 하고싶지 않지만
식구들이 워낙 겁을 내고 무서워 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혼자 마음속으로 참회를 했다.
오전에 아내가 니트릴 장갑에 자그마한 프라스틱
소쿠리를 들고 나왔다. 나물 뜯는 시기도 아닌데
뭘 하려고 하느냐 물었다. 밭가에 있는 산뽕나무
열매, 오디를 조금 따러간다며 함께 따자고 하여
갔다. 우리 산뽕나무는 토종이라서 오디가 잘다.
그렇긴 해도 당도가 높아 아주 달달하고 맛있다.
아내는 이렇게 딴 오디를 냉동보관하여 아침마다
우유에 몇 가지 과일을 넣고 만들어 먹는 음료에
조금씩 넣는다. 건강 주스라고 하여 오래전부터
아침마다 만들어 식전에 마시고 있다. 블루베리
익을 때까지는 이 오디로 대신한다.
어제는 5일마다 서는 봉평오일장날이라 아내와
함께 장구경도 하고 촌부가 즐겨하는 쪽파김치
담가야 한다며 쪽파를 비롯 생필품을 사러갔다.
장을 보고있는데 처제가 장골목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를 사오라고 했다. 기왕 사는 김에 순대도
조금 사와 식구들이 모여앉아 점심을 대신했다.
순대와 내장은 술안주, 오후에 딱히 할 일이 없어
낮술을 몇 잔했다. 술김을 핑계로 오후에 낮잠을
즐겼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산골살이의 좋은
점이라고 할까? 한숨 자고났더니 아주 개운했다.
장에 나가 사온 열무, 얼갈이 배추 씨앗 파종할
자리를 삽으로 파뒤집고 갈퀴로 흙을 고루 펴고
골을 타서 두 종류의 씨앗을 파종했다. 농사 지을
밭고랑을 줄인다고 해놓고 야금야금 늘리다보니
지난해 수준이 되고 말았다. 말이나 하지말걸...
어쨌거나 씨앗 파종을 하자마자 비가 조금 내려
기막히는 타이밍이다. 이렇게 딱딱 잘 맞히는데
농사 결과는 글쎄? 잘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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