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부의 마음, 農心
2026년 5월 28일 목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열이튿날
어젯밤까지 예보에도 없던 비가 밤새 내렸다.
거센 비는 아니지만 촉촉하게 지금도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검색해보니 잠이 든 자정부터
내린 듯하다. 지금껏 내린 강수량은 5.5mm,
이만큼이라도 너무 오감타한다. 일기예보가
빗나갔다고 중얼거리며 투덜거렸더니 하늘이
촌부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무튼 감사하다.
기쁜 마음, 흐뭇한 기분이라 우산을 바쳐들고
밭에 나갔다. 작은밭 두 곳의 채소들도, 큰밭의
옥수수도 빗물을 머금고 생기발랄한 모습이다.
하늘의 배려로 내리는 이 비는 분명 단비이고
엄청 좋은 약비이다. 농부는 밭가에 우두커니
서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우산을 던져
놓고 비를 맞았다. 농작물과 같은 모습이랄까?
차갑다는 느낌이 아닌 촉촉함이 마음까지 스며
드는 그런 느낌이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그렇게 한참 이 밭 저 밭을 돌아다니며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살짝 농작물들에게 들려주었다.
농부의 마음, 농심(農心)이다!
부처님 오신 날 연휴로 인하여 나흘간을 쉬었고
어제는 간만에 식물원에 나가 나무며 야생초들
만나 그새 많이 변한 모습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식물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했다.
오후에 식물원 일을 다녀오자마자 밭으로 나가
자잘한 일을 했다. 지금부터는 그다지 큰 일은
없다. 네 종류, 20여 그루 심은 고추가 그사이
꽤 자랐다. 방아다리 고추는 따버리고 아랫쪽의
곁잎도 조심스레 따냈다. 그리고나서 첫 번째의
고추끈을 묶어 비바람에 자빠지거나 쓰러짐을
방지했다. 고추농사를 많이 지을 때는 꽤 힘이
들었지만 풋고추 따먹을 만큼이라서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 많은 고추농사를 힘들게 짓던
그때가 떠올라 혼자 밭에 서서 웃었다. 실없이...
흐뭇한 농심(農心)은 이런 것이겠지 싶다.
다음은 방울토마토 차례, 이 역시 올해는 줄여서
세 가지 색깔 스무 그루를 심었다. 한창 열리기
시작하면 우리가 실컷 먹고남을 정도이고 나눔을
하고도 남아 진물러 터져 버리곤 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 대폭 줄인 것이다. 방울토마토는 수시로
곁순을 따줘야 하고 무게가 무거워서 쓰러지거나
자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추끈을 묶어주곤
했는데 올해는 유인집게로 고정을 시켜볼까 싶다.
몇 해 전에 사놓은 유인집게가 오이농사를 대폭
줄여 남아돌기 때문이다. 일부러 지지대를 세울때
한 그루에 하나씩 모종옆에 세웠다. 이또한 대폭
줄여 심은 결과라고 할까? 자잘한 이런 일을 해도
나름 꼼꼼하게 하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긴 한다.
그래도 재밌고 뿌듯함이라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런 마음이 바로 농심(農心)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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