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나물 뜯는 촌부
2026년 5월 23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초이렛날
아직 이른 아침은 선선한 공기가 감돈다.
이 산골은 아침 기온이 두 자릿수로 올라가는
것이 그리도 힘든 걸까? 어제보다 낮은 6도,
허나 햇살 퍼지면 사정없이 치솟는 기온이다.
이제 아침 기온 때문에 끌탕할 필요는 없겠지?
그나저나 세상은 왜 이렇게도 시끄러운지?
결국 이 모든 시끄러움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
다들 욕심으로 덕지덕지 무장한 것처럼 보인다.
약육강식(弱肉強食)이라고 했던가?
동물의 세계에서나 그런 줄로만 알았더니
사람 사는 세상사 이치가 다 그런 것이라 하네.
에휴~ 사람도 동물이로구나!
잠시 소풍왔다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것도 모르는...
하도 볼썽사나워 중얼거리는 넋두리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든 말든, 뒤집어지든 말든
산천초목(山川草木), 자연을 벗삼아 군말없이
조용히 살자는 것이 무지랭이 촌부의 삶인데...
아침은 영롱한 이슬방울 촉촉함이 상쾌해 좋고
한낮의 햇살은 여름날을 방불케 해도 그저 좋다.
저녁무렵 선선한 공기는 아직 봄이라서 더 좋다.
식물원에 다녀온 오후,
햇살이 따갑긴 했지만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
자연마트 장바구니 두 개를 들고 집을 나섰다.
장보러 가느냐고? 그렇지, 장보러 가는 것이지!
장에 가지않고도 장을 보는 촌부만의 장보기다.
돈 안드는 장보기, 손으로 보는 장보기를 아시나?
촌부의 장보기 목록을 들먹여 보면 대충 이렇다.
참취, 개미취, 잔대순, 망초순, 모싯대, 뚝깔 등등
단지 곳곳에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산나물이다.
이 산나물들은 오래전 심거나 씨앗을 뿌려 많은
번식이 되어 산골 식구들은 나물을 뜯으러 산에
갈 필요없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두 바구니를
뜯었다. 이른 봄엔 나오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서
종류별로 구분하지만 요즘은 산나물 종합세트,
온갖 산나물을 구분없이 다 섞어서 데쳐 말리면
묵나물이 되고 여러 산나물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 더 좋은 것이다.
촌부가 산나물을 뜯은 사연은 이렇다.
이른 아침 식물원에 나갈 무렵 아내가 말했다.
"오전에 산나물이나 조금 뜯어야겠네. 애들에게
맛이나 보라고 말려서 보내줄까 싶어!"라고 했다.
늘 그랬듯 아내 마음씀씀이가 참 곱구나 싶었다.
양가 어머님이 안계시니 이제는 맏이인 아내가
엄마 노릇, 친정엄마 노릇, 시어머니 노릇을 한다.
없는 살림살이지만 이것저것 언제나 아우들부터
챙기는 아내, 이런 아내와 함께하는 촌부도 닮아
가는 모양이다. 집에 왔더니 산나물 뜯은 흔적이
없어 많이 바빴구나 했다. 장날이라 장에 다녀와
이것저것 하다보면 이내 학교에 나가는 시간이라
산나물 뜯을 새가 없었겠지 싶었다. 아내도 도울
겸 산나물을 뜯어놓은 것인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잘했구나 싶고 아내에게 참 잘했다, 정말 고맙단
칭찬까지 받았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내는
물을 끓여서 뜯으다놓은 산나물을 데쳤다. 촌부는
아내가 데친 산나물을 채반 7개에 고르게 펼쳐서
데크에 내다 널어놓았다. 저녁무렵이지만 햇살과
공기와 바람에 물기라도 조금 빠지면 오늘, 내일
이틀이면 바싹 마르게 될 것이다. 잘 말려 아우들
만나는 날에 가져다 주면 다들 좋아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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